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건수 Apr 09. 2020

때때로 하이쿠 <84>

- 묘한. 봄날. 3연작 -



1.





2.





3.









1.


 빨래를 널며

 이렇게 단촐했나

 홀로 말하네



 세탁기에서 빨래를 건지는데 대부분 속옷과 수건뿐이더라고요. 나들이하기 좋은 봄날에 세탁기에 넣은 겉옷이 이리도 적다니, 세탁물이 이렇게도 단촐했었나 싶었습니다.




2.


 내 손가락은

 밖으로만 향하네

 내게 있건만



 뉴스를 보다 보면, 자꾸 다른 이를 원망하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이 사람은 도대체 왜 이랬을까, 저 사람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내 몸에 붙어있는 손가락이건만, 온통 원망의 화살은 바깥으로 쏟아내는 제 자신을 보며 어느 순간 얼굴이 뜨거워졌습니다.




3.


 새 지저귀고

 꽃잎 피어올라도

 고갤 돌리네



 어느 날 거울을 보는데 내 얼굴 표정이 이리도 심각했었나 싶었습니다. 새로 피어난 꽃을 보며 감탄을 하더라도 누군가 걸어오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웃음을 거두게 되고, 길에서 누군가를 맞닥뜨린다는 것 자체가 요즘에는 묘한 긴장감으로 다가오더군요. 새의 지저귐이 들리고, 힘껏 밀어 올려 피워내는 꽃을 보게 되어도 고개를 돌리게 되는, 참 묘한. 봄날. 입니다.






#열일곱자시 #하이쿠 #시 #정형시 #계절시 #봄 #봄날 #코로나바이러스 #일상 #순간 #찰나 #제주


작가의 이전글 때때로 하이쿠 <8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