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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건수 Apr 15. 2020

때때로 하이쿠 <85>

2020년 4월 15일







 바람 멈추고

 조용히 가라앉네

 봄날 해 질 녘




 아침에 눈을 뜨니 8시 30분. 일찍 깬 김에 투표소로 걸어갔습니다. 서울에 살던 때와는 달리, 투표소에 들어갔다 다시 걸어 나오는 데에 1분도 걸리지 않더군요. 여기가 시골이라 그런지 기다림도 적고 기분마저 홀가분했습니다.

 종일 집에서 뒹굴뒹굴 대다가 해 질 녘이 되어서야 막걸리나 한 병 사 올까 싶어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요 며칠 제주는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무척 강했습니다. 심지어 한라산에는 폭설이 내려 고립된 사람이 구조를 받는 일도 있었구요. 그에 비해 오늘은 바람도 멎고 수면 위에는 옅은 안개도 끼어 모처럼 차분한 바다입니다. 이끌리듯 바다를 보며 걷느라 편의점까지 다녀오는 길을 조금 더 돌아오게 되고 말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시린 봄을 보내고 있고, 총선을 앞둔 정국은 그야말로 비바람이 몰아치듯 어지러웠습니다. 다른 시기도 아닌 이 4월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한파를 겪고 있을지요. 조용히 가라앉은, 보는 것만으로 차분하게 만드는 바다를 바라보며 어서 이 시린 바람이 멈추길..! 가슴속으로 빌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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