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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건수 May 23. 2020

때때로 하이쿠 <88>

2020년 5월 23일 (윤 4월 1일) 








 잊혔던 봄이

 윤월로 돌아왔나

 두 번째 사월




 어제 책상 위 달력을 보다가 신기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5월 22일(음 4.30) 다음이 5월 23일(윤 4.1)이더군요. 왜 '음 4.30' 다음이 음력 5월 1일이 아닌 '윤 4.1'일까... 한동안 검색을 해본 뒤에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양력은 1년이 365일, 음력은 1년이 354일. 이렇게 한 주기에 11일이란 차이가 생기니 이 간격을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서 약 4년에 한 번 꼴로 한 달을 더, 즉 윤달을 넣는다고 합니다. 그러니 윤달이 있는 해는 음력으로 따지면 12개월이 아닌 13개월인 셈입니다. 그리고 그 윤달은 보통 겨울을 피해 넣는데, 올해는 4월이 윤달이니 음력으로 보면 올해는 4월이 두 번인 것이지요.


 궁금증이 풀린 뒤 회사 옥상으로 올라와 담배 하나를 물었습니다. 사실 3개월 만이었습니다. 회사 옥상에 올라와 본 것이.. 그동안 코로나 사태로 인해 회사가 휴업 중이라 이마트로 파견을 나가 판촉 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약 두 달간 이마트 매장에 서서 종일 같은 멘트만 반복하며 외치고 서있는데, 와 이건 정말... 그저 앞에 계시는 오뚜기 카레 이모님이 존경스러워졌습니다. 홀로 종일 서서 일하니 다리 아픈 건 둘째치고 시간이 참 느리게 흘러가더군요. 잠시라도 이야기를 나눌 상대도 없구요.

 아마 저뿐만이 아니었겠지요. 아니 저보다도 더 혹독한 봄을 보내고 있는 분들이, 어쩌면 봄이 왔다는 것조차 잊은 채.. 마치 올해는 봄 자체가 잊혀진 것처럼...

 이렇게 달력으로나마 다시 한번 4월이, 두 번째 사월이 왔구나.. 오랜만에 올라온 회사 옥상에서 잠시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열일곱자시 #하이쿠 #시 #정형시 #계절시 #윤달 #4월 #코로나 #일상 #순간 #찰나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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