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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건수 Jun 05. 2020

때때로 하이쿠 <89>

2020년 6월 5일








 긴 옷을 벗고

 바다따라 걷는 밤

 언제 이리도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전 잘 때 이불 두 개를 덮고, 전기장판도 가장 약한 강도 '1'을 맞추고 잤었습니다. 제주에서는 해가 지면 서늘하고 새벽은 쌀쌀하더라구요. 그랬던 제가 오늘은 긴 옷을 벗고 반팔을 입은 채 밤산책을 나갔습니다. 어느새 바람이 바뀌어있었습니다..!

 선선했던 바람에 습기가 느껴지고 동네 한 바퀴를 걷다 보면 밤인데도 땀이 조금씩 맺히더라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바다 위에 뜬 불빛이 늘어나 있었습니다. 잔잔히 치는 파도 소리도, 은은히 바람을 타고 불어오는 인동꽃의 내음도 이젠, 여름을 말하는 때가 오는 것 같은 동네 한 바퀴. 바다따라 한 바퀴를 걷는 밤이었습니다.






#열일곱자시 #하이쿠 #시 #여름 #반팔 #밤바다 #일상 #순간 #찰나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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