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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건수 Sep 22. 2020

때때로 하이쿠 <100>

2020년 5월 22일








 햇볕을 받네

 나무들과 나란히

 오름에 서서




 지난주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온 후, 다시 운동을 해서 체력을 끌어올리겠단 다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 휴일을 맞이하여 오름에 다녀왔습니다. 생각해보니, 태풍 마이삭이 지나간 후로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로부터 꽤 시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길 위에 떨어진 나뭇가지와 부서진 잔해들이 많더군요. 다시 새로운 가지가 나고 잎이 나기까지는 조금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전, 오랜만에 등산을 해서인지 확실히 다리 힘이 약해져 있었습니다. 그동안 너무 움직이지 않았던 것도 있었구요. 오르막길이 쉽지 않았습니다. 정상에 도착하기도 전에 윗옷은 이미 땀으로 가득 젖어있었습니다. 잠시 숨을 고를 겸 쉼터에 앉아 배낭을 내려놓았습니다. 꼴각꼴각 물을 마시고 나니 그제야 하늘이 보였습니다. '참 날 좋다..!' 그리고 잠시 후, 예전처럼 빠르게. 가 아닌 현재의 상태에 맞게 조금 천천히 가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간중간 나무들 사이로 햇볕이 새어 들어왔습니다. 나무 위에 손을 얹으니 따스하고 기분이 편안해지더군요. 잠시 저도 나무들과 나란히 서서 햇볕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햇볕을 받으며 다시 새로운 잎이 나기까지, 그리고 다시 건강을 회복하기까지 나무도 나도 시간이 필요하구나.. 싶었습니다.






#열일곱자시 #시 #하이쿠 #계절시 #정형시 #오름 #나무 #일상 #순간 #찰나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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