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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건수 Oct 28. 2020

봄 08

2020년 5월 16일









 안개 속에서

 모든 것이 멈추네

 하얗게 검게




 온 세상이 안개로 덮인 밤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밤에는 집안의 불을 모두 끕니다. 창문을 열면 창밖 어딘가에 간간히 켜있는 불빛이 안개에 의해 산란되고 반사되어, 마치 하늘 전체가 한지로 감싼 거대하고 은은한 등불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딱히 음악도 필요 없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무언가 완성되기 이전의 상태처럼, 어쩌면 소리조차 만들어지기 이전의 세계처럼 고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세계를 이루는 색은 단지 하얗고 검을 뿐입니다.


 들리는 것도 보이는 것도 없는, 멈추어 있는 듯한 세상.

 창문을 열고 한없이 바라보던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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