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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건수 Oct 28. 2020

봄 07

2020년 5월 3일









 같은 봄날에

 되돌아온 제비,

 떠나는 사람




 텅 빈 거실을 바라보며 앉아있습니다. 놓여있던 테이블과 의자, 물품들이 빠지자 이렇게 공간이 넓었나.. 싶었습니다. 덕분에 엄마 아빠를 따라온 어린이 준우와 록담이에겐 더 신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방방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웃음을 짓다가도, 한편으론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습니다.


 문득 <시네마 천국 Cinema Paradiso 1988>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영화의 주 배경이었던 극장 'Cinema Paradiso'. 주인공 토토가 어린 시절부터 청년, 그리고 장년이 되어 마을로 되돌아올 때까지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던 그 공간이 쓰러집니다. 폭발음과 함께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건물이 무너지자 아이들은 먼지 속을 뛰어다니며 놀고 젊은이들은 천진한 웃음을 짓지만, 이 극장과 세월을 함께 보냈던 이들에게는 얼굴에 파인 주름만큼이나 깊은 아쉬움이 피어납니다.


 아마도 그런 비슷한 심정으로 문밖을 나온 것 같습니다. 현관 위를 보니 몇 해 전부터 있던 제비 둥지에 검은 꼬리 두 개가 보였습니다.

 봄이 되어 제비들은 돌아왔고, 함께 했던 사람들은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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