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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건수 Oct 28. 2020

봄 06

2020년 4월 9일 <묘한 봄날. 3연작>




1.





2.





3.









1.


 빨래를 널며

 이렇게 단촐했나

 홀로 말하네




 세탁기에서 빨래를 건지는데 대부분 속옷과 수건뿐이었습니다. 나들이하기 좋은 봄날에 세탁기에 넣은 겉옷이 이리도 적다니 정말 밖에 나갈 일이 없었구나... 세탁물이 이렇게 단촐해졌구나 싶었습니다.




2.


 내 손가락은

 밖으로만 향하네

 내게 있건만




 뉴스를 보다 보면 자꾸 다른 이를 원망하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이 사람은 도대체 왜 이랬을까, 저 사람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내 몸에 붙어있는 손가락이건만, 온통 원망의 화살은 바깥으로 쏘아대는 제 자신을 보며 어느 순간 얼굴이 뜨거워졌습니다.




3.


 새 지저귀고

 꽃잎 피어올라도

 고갤 돌리네




 어느 날 거울을 보는데 내 얼굴 표정이 이리도 심각했었나 싶었습니다. 새로 피어난 꽃을 보며 감탄을 하더라도 누군가 걸어오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웃음을 거두게 되고, 길에서 누군가를 맞닥뜨린다는 것 자체가 요즘에는 묘한 긴장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새의 지저귐이 들리고, 힘껏 밀어 올려 피워내는 꽃을 보게 되어도 고개를 돌리게 되는, 정말로 참 묘한, 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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