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05

2020년 3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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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려오는 비

 가지로 흘려보내

 땅도 적시네

 집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 때이지만, 오늘은 비까지 내려 정말 꼼짝없이 갇힌 듯 종일 창문 바깥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 한 그루에선 쉴 새 없이 빗방울이 가지를 타고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비가 내려도 나무가 비를 흘려보내지 않는다면 그 아래 흙과 풀은 적셔질 수 있을까... 마치 여간 많은 양이 아니고선 비가 온 후에도 젖어있지 않은 차 밑바닥이나 텐트 아래 흙처럼 말이지요.

 대구시에 긴급생계비 지원이 총선 이후에 지급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가슴이 확 막혀왔습니다. 도대체 이들의 눈에는 무엇이 보이길래, 아니 무엇만 보이길래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예전에 인상 깊게 읽었던 어느 기사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복지는 법률에서는 존재하지만, 전달 과정에서 희미해졌고,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안수찬, '가난한 청년은 왜 눈에 보이지 않는가')

 비가 내리면 나뭇잎에서 가지로 몸통으로 흘려보내 그 아래 자라나고 있는 풀들도 함께 비를 맞을 수 있는 것처럼, 대구시의 긴급생계비 지원도, 다른 지자체의 지원도 조속히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