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5일
긴 옷을 벗고
바다따라 걷는 밤
언제 이리도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잘 때 이불은 두 개를 덮고, 전기장판도 약하게 맞추고 잤었습니다. 제주에서는 해가 지면 서늘하고 새벽이면 쌀쌀해질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제가 오늘은 긴 옷을 벗고 반팔을 입은 채 밤산책을 나갔습니다. 언제 이리도 바람이 바뀌었던 것인지요..!
단지 선선했던 바람에 습기가 느껴지고 걷다 보면 밤인데도 땀이 조금씩 맺혔습니다. 그리고 수평선 위로 보이는 어선들의 불빛이 꽤 많이 늘어나 있었습니다. 뉴스를 봐도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그리고 저 자신조차 온통 관심은 코로나. 였는데, 어느샌가 자연은 '여름'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그동안 제가 귀를 막고 있었던 것처럼, 뒤늦게야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긴 옷을 벗고 밤산책을 마치며 돌아오던 길, 그제서야 잔잔한 파도 소리가 들리고, 살랑이는 바람을 타고 풍겨오는 인동꽃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