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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건수 Oct 28. 2020

여름 02

2020년 6월 18일









 실로폰 치듯

 떨어지는 빗소리

 잠든 귓가에




 어제도 오늘도 제주에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가 떨어지는 각도가 평소와는 묘하게 다른 탓인지, 창문 바깥 난간에 빗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금속을 울리는 소리가 납니다. 어림짐작으로는 '솔'(계이름) 정도 되는 울림이 비가 부딪힐 때마다


 "댕~ 댕~" ('솔~ 솔~')


 귓가에 들리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제주에 오는 사람들이 늘어난 덕분에 정신없이 회사에서 손님맞이를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의자에 앉으니 노곤함과 동시에 창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눈꺼풀마저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놀다가 깜빡하고 바깥에 두고 온 실로폰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처럼, 어쩌면 어렸을 적 손에 채를 들고 처음으로 두드려 본 그 실로폰 소리처럼, 어쩌면 잠든 후에도 계속 귓가에 맴돌 것처럼 빗소리가 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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