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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건수 Oct 28. 2020

여름 03

2020년 7월 5일









 비 온 뒤 초록

 발 내딛는 곳마다

 번지는 초록




 제가 사는 제주에는 이번 주 월요일 큰 비가 내렸습니다. 마치 태풍이 지나가는 듯 거센 바람과 함께 비가 몰아쳤습니다. 그로부터 이틀 뒤 전 한라산 둘레길을 찾았습니다. 제가 기대하고 원했던, 많은 비가 내린 뒤에 숲을 가보고 싶었습니다.

 초입부를 지나자마자 벌써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한라산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듣기란 여간 흔치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물이 잘 빠지는 토양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물이 철철 흐르는 계곡부터 잔잔하게 물이 고여있는 곳까지 여러 개의 하천을 건너면서 둘레길을 걸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맞닥뜨린 숲 속은 온통 초록빛이었습니다. 나무는 뿌리부터 몸통 줄기까지 이끼로 뒤덮여 손을 얹으면 마치 동물의 털을 쓰다듬는 듯 했고, 돌도 숨을 내쉬는 듯 연둣빛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초록 곁에 초록. 그리고 이들을 비추고 있는 물까지, 비 온 뒤 숲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 온통 초록색으로 번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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