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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건수 Oct 28. 2020

여름 04

2020년 7월 19일









 미역처럼 둥

 떠서 하늘을 보는

 아침의 시간




 요 며칠간 기분도 컨디션도 모두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제주 확진자로 인해 회사가 다시 휴업에 들어갔고 원체 불면이란 게 없었던 저였는데도 이틀 간은 잠을 설치고야 말았습니다. 이미 지난 2월부터 4개월간 휴업을 겪고 나니 이번엔 빠르게 걱정과 불안감이 몰려왔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어제는 일찍 잠이 들었다는 겁니다.


 아침에 눈을 뜨니 하늘은 흐리고 바람은 강했습니다. 오늘은 집에만 있을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잠시 산책 정도는 해볼까 싶어 마스크를 챙기고 집 밖으로 나섰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으니 그 붐비던 바닷가에도 사람이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매년 6월 중순만 되어도 바다에 들어가곤 했었는데, 올해는 7월 하순이 되도록 한 번도 바닷속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습니다. 여름 치고는 서늘한 날씨 때문인 것도 있었고 사람이 붐비는 곳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문득, 지금이구나..! 싶었습니다.


 흐린 날이라 물이 차길래 한동안 격한 수영을 하며 몸을 덥히다가, 이내 숨이 차서 몸을 뒤집고 하늘을 보며 떠있었습니다. 두 귀가 물에 잠기니 바람 소리는 들리지 않고 짙은 구름 덕분에 해는 달처럼 하얗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어떤 생각도 들지 않고 마음도 멈춘 것만 같았습니다. 그저 소리 없이 하얗게 말이지요.


 물에서 걸어 나오는데 예전에 이런 저의 모습을 보고 지인이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미역이 떠있는 줄 알았다.'라고. 잠시나마 웃음을 지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일요일 아침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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