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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건수 Oct 28. 2020

여름 05

2020년 7월 24일









 비바람 쳐도

 뛰노는 아이처럼

 해는 발갛네




 올여름은 참 유별난 것 같습니다. 7월 하순인데도 밤에는 꼭 이불을 덮고 자야 할 정도로 서늘하고, 이번처럼 장마가 길고 비가 자주 오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제주 코로나 확진자로 인해 지난 한 주 휴업을 했던 회사는 다행히 이번 주부터는 정상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참 사람 마음이란 게.. 지난주엔 일을 못해서 그렇게 초조하더니, 이번 주는 손님이 많아서 힘들다고 불평이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어제저녁 쉬는 시간엔 잠시 회사 옥상에 올라갔었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그냥 한 번 맞고 있었습니다. 제주에 내려온 뒤론 비를 맞는 게 그리 싫지만은 않더라구요. 오히려 가끔은 비를 맞으며 열심히 뛰다가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드는 것을 즐기기도 합니다.

 비구름이 하늘 전체에 잔뜩 있었지만, 저 앞에 구름과 바다 사이로 지는 해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노랗고도 붉은빛이 주변까지 퍼지며, 하늘 전체가 은은한 장막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순간 그 빛깔을 보며 비를 맞고도 신나게 뛰어노는 어린이들의 바알간 볼이 떠올랐던 건, 흠뻑 비에 젖은 채 웃고 있을 오름과 숲의 나무들이 떠올랐던 건, 저 또한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그 뜨거움에 동참하고 싶었던 마음이 들어서였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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