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06
2020년 7월 30일
바깥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라
물에 맡긴 채
제주는 이번 주 월요일 많은 비가 내린 후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다른 곳도 그렇겠지만 바닷가 바로 앞에 살고 있는 저에겐 정말 말 그대로 '고온다습'한 시기가 찾아온 것입니다. 그동안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들이 많은 해변을 피해왔지만, 이번 주는 월요일부터 사일 연속 바닷속에 뛰어들 정도로 더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다에 물이 가득 차는 만조는 하루에 두 번 일어납니다. 날마다 그 시간대가 달라지는데, 요 며칠간은 저녁과 밤 시간이 만조였습니다. (다른 한 번은 새벽에) 오늘도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바다로 향했습니다. 해안가엔 사람들이 좀 있었지만 밤이라서 그런지 물 안에는 아무도 없더군요. 잘 됐다 싶어 풍덩 뛰어 들어갔습니다. 개구리 헤엄도 했다가 물속으로 내려가 바닥도 찍어보고 몸을 뒤집어 배영도 해보고... 그러다가 나중엔 지쳐서 그냥 물 위에 떠있었습니다.
그저 물 위에 떠서 파도에 몸을 맡긴 채 가만히 있는데, 뭐랄까... 기분이 참 편안해지더라구요. 귀는 물에 잠겨서 바깥소리는 들리지 않고, 두 눈에 올려다 보이는 건 밤하늘에 뜬 별과 반이 조금 넘게 차오른 달이고, 얕은 파도가 지나갈 때마다 몸이 위아래로 흔들 흔들 거릴 때면, 마치 어릴 적 포대기에 싸여있던 저를 어머니가 안은 채 둥둥 달래주는 것 같은 편안함이었습니다.
한참을 떠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때가 되면 다시 나와야겠지요. 못내 땅 위로 다시 발을 딛고 현실 속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에 아쉬움이 느껴졌던 순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