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14일
까맣게 물든
발을 꼼작거리며
숲길을 걷네
이번 쉬는 날에는 지인과 함께 노꼬메 오름을 다녀왔습니다. 전날까지 제법 많은 비가 내린 직후라 땅이 온통 젖어있었습니다. 일상적으로 신고 다니는 운동화가 하나인지라 징검다리를 건너듯 껑충껑충 돌만 밟고 가거나, 조심스레 나뭇가지 위로 걸어도 봤지만 결국 양말까지 온통 진흙에 젖고 말았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예 다 벗고 맨발로 걸어볼까! 싶어 양손에 신발을 들고 천천히 걸음을 내디뎌 보았습니다. 철푸덕대며 발가락 사이로 진흙이 들어오는 순간, 조금 간지럽기도 한 것이 부드럽기도 하고 따듯하기도 하고 어쩜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있는 것인지..!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습니다. 물웅덩이로 첨벙 발을 내딛자 개구리가 뛰어나오고, 발목까지 푹 빠진 바람에 한두 번은 비틀비틀 넘어질 뻔도 했지만 그저 그 모든 순간이 마냥 신나기만 했습니다.
해서 결국 세 명의 발은 모두 까맣게 물들었고, 다음 행선지는 자연스레 바다로 정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