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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건수 Mar 08. 2022

때대로 하이쿠 <118>

2022년 3월 8일




1.





2.









1.


피기도 전에

불타버린 꽃들과

스러지는 봄




2.


건네는 손에

얼음은 녹아들듯

땅 너머에도




 일주일 전쯤 보았던 기사 하나가 기억에 남습니다. 우크라이나 여성이 러시아 포로에게 빵을 건네고, 이 젊은 러시아 청년이 어머니와 영상통화를 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영상이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국경을 맞대고 있어 부모 중 한 명은 러시아인이고 다른 한 명은 우크라이나인으로 된 가족들도 있고, 심지어 부모님이 살고 있는 우크라이나로 침공 명령을 받은 러시아 군인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이 전쟁을 계속할 이유가 과연 있을런지요.


 어쩌면 이 상황은 70년 전 이 땅에서 일어났던 비극과도 서로 닮아있습니다. 서로 다른 군복을 입고 있었지만 결코 서로 다르지 않은, 사람들 간에 벌어진 전쟁으로 인해 피우지도 못한 채 쓰러지고 타버린 이들과 3월이 되었지만 여전히 함께 봄을 맞이할 수 없는 이들과, 이제는 다른 대륙의 나라들보다 더 알지 못하게 된 하나의 반도에서 살고 있는 이들까지...


 표면적으로는 경제적 제재, 외교 전략, 군사 원조 등등도 필요하겠지만, 결국 그 시작은 우크라이나 여성이 러시아의 젊은 포로에게 건넨 손.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직되고 얼어붙은 가슴을 녹일 수 있는 건, 그리하여 손에 든 총을 내려놓고 서로 다른 군복에 상관없이 그저 사람이 사람에게 손을 내밀게 되는, 그런 내면의 움직임이 일어난다면 바로 여기서부터일 것 같습니다.






#열일곱자시 #시 #하이쿠 #전쟁 #우크라이나 #러시아 #침공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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