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봄, 하이쿠 4연작

<특별기획 5.>

by 허건수


1.



2.



3.



4.








1.

장갑을 벗고
나무를 매만지며
내려오는 길


오름을 걷는데 이젠 장갑을 벗어도 되겠구나 싶더군요. 이끼가 덮힌 나무 위에 맨손을 얹은 순간, 처음으로 봄기운을 느낀 날이었습니다.



2.

앞으로 가다
때론 뒤로도 간다
봄도, 삶도


그러고보면 봄은, 한 발씩 차근차근 찾아오지는 않지요. 따듯해지는구나.. 싶으면 다시 추워지고, 앞으로 잘 가는 듯 하다가도 뒷걸음질을 치고.. 그런 봄의 모습이 이 삶과도 같게 느껴졌습니다.



3.

빛이 있다면
이 밤에도 떴을까
봄날 무지개


분명 그랬을 겁니다. 낮부터 몰아친 비바람이 그친 후 더 없이 상쾌한 공기를 마셔대던 순간, 빛이 있었다면 분명 이 밤하늘에도 무지개가 떠있었을 거라고..!



4.

나비가 날고
꽃들이 피어나네
한 번의 비가


신기하더군요. 하늘에서 단지 물이 내렸을 뿐인데 나비가 날고 꽃은 새롭게 다시 피다니요. 단 한 번의 비가 이렇게 세상을 바꾸어 놓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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