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하디 순한 獨白毒舌을 날리다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사니까 좋니?" "편하게 사는 것도 좋지만 최소한의 존심은 지키며 살자"
누가 그러더라. 처세를 잘해야 인생이 편해진다고. 살아 보니 그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어
그래서 나도 노력을 해봤지. 아무리 바빠도 책도 보고, 배우고, 연습을 하면서 말이야. 효과가 있다고 믿었고, 또 실제로도 효과가 있었거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자꾸 부대꼈어. 그 자리에 있을 땐 괜찮은데, 돌아서면 뭔가 찝찝한 뒷맛이 영 개운치 않더라고. 이유는 알고 있었지만, 큰 탈이 없으니 굳이 바꿀 필요는 느끼지 못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한계가 보이기 시작하더라고
처세의 장점에 빠져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 거지. 처세를 잘하려면, 일단 자기 간이고 쓸개고 집에 고이 모셔두고 나와야 했어. 밖에서는 간도 쓸개도 없는 상태로 살아야 했으니까. 처음엔 망설였지만, 효과를 보고 나니 곧 잊게 됐어. 그래서 잘 적응하고 있다고 믿으며 살았어. 하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머리도 같이 커졌지. 생각도 달라지기 시작했고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야.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일 뿐이니 오해는 말기를 바라
주변에서 보면 끝까지 변하지 않고 처세의 달인으로 살아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사람들을 볼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나는 그렇게까지는 못하겠더라. 어느 순간부터 내 안의 내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둥글게 둥글게 살던 삶의 패턴에도 균열이 생겼어. 예전 같으면 그냥 대충 넘겼을 일들도 그렇지 못하게 된 거지. 꽃길에서 가시밭길로 경로를 변경하게 된 거야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라고 표현하기 시작했어. 덕분에 어려운 일도 많아졌지. 한 마디로 고생길이 열린 거야. 솔직히 흔들리더라. "그냥 예전처럼 살까?" 유혹도 여러 번 찾아왔지만, 결국에는 나답게 살기로 했어. 흘러가는 대로 살아도 한평생이겠지만,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나다워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거든. 매일 간과 쓸개를 집에다 두고 다니는 내장분리형 삶에 지치기도 했고. 그렇다고 완전히 일체형이 되었다는 건 아냐. 지금은 내장휴대용 정도랄까. 어떤 때는 속없이 지내지만 때때로 존심도 세우고 있거든
이렇게 말하면 자존감이 넘치는 사람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런 건 아니야. 처세라는 가면을 쓰고 사회생활을 하던 중에 좋은 선생님과 동무들을 만난 덕분에 나답게 사는 모험을 할 수 있었을 뿐이야. 여전히 부족하지만 나답게 살기 위한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을 느껴. 물론 지금의 모습이 내가 원하고 바라던 모습이 아니고, 삶이 예전보다 윤택해지지 않았다는 걸 인정해. 그런데도 지금이 좋아
공부를 하며 개인적으로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건 '혼자'의 가치에 대한 거였어. 예전에는 무조건 사람들 속에 있어야 안심했고, 혼자는 피하고 싶어 했었거든. '외로움'이나 '고독'같은 단어마저도 싫어했었어. 그런데 이제는 그 감정들과 공생하는 법을 조금은 알게 됐어. 두려움을 내려놓으니, 보다 더 주도적으로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만족스러워
남들과 무난하게 문제없이 사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야. 스스로 만족할 수 있다면 충분히 좋은 삶이니까. 반대로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자기답게 사는 삶 역시도 존중받아야 하고. 서로 배척하거나 조롱할 문제가 절대로 아니란 거야. 그렇게 서로를 인정한다면 정말 좋을 거란 생각을 해
내가 지금 생각하는 '주도적'이라는 건 어느 하나를 고집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처신하는 거야. 그 선택을 자유롭고 편하게 할 수 있으면 그게 다가 아닐까 해. 그렇게 살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을 테니까
그래서 오늘도 분투 중이야. 자유 의지로 치우치지 않게 살려고
혹여라도 지금 누군가 내가 겪고 있는 문제로 고민 중이라면 이 말은 해주고 싶어
"옳다 그름을 따지느라 시간 쓰지 말고, 지금 여기를 그냥 즐겨. 인생, 생각보다 훨씬 빨리 지나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