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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포착

[포착4] - 철학적 손잡이

by 무딘

눈을 의심했다.

'니가 왜 거기서 나오냐'고 묻고 싶어 지더라.

생긴 건 틀림없는 손잡이인데

손보다 발이 더 빨리 닿을 곳에 있는 당신.

'발잡이'라 부른다면

당신만큼 나도 이상한 사람이 될까.


설마, 난쟁이를 위한 손잡이는 아니겠지.

설마, 물구나무서서 잡으라는 건 아니겠지.

당신을 이해하기엔

아직도 내 '능지'가 부족한 걸까.

이걸 어쩌나, 지천명이 코 앞인데.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으면,

아무도 바라봐 주지 않는다.

나도 그런 자리에 서서

손잡이로 불리길 원하고 있진 않을까.


아, 그러고 보니

당신의 용도는 그것이었나 보다.


[1호선 지하철 문 손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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