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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딘 Jan 14. 2024

자유는 괴로워

[어쩌면 그럴 수도 Episode 4]

[ free image from pixabay by mattiaverga ]


 예전에 회사 후배와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독서를 즐긴다는 걸 아는 친구라 본인이 읽었던 책 이야기를 먼저 꺼내더군요. 정해놓은 틀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벗어나 좌충우돌하며 자기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이젠 꽤 흔해져 버린 '독립론(?)'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후배가 읽고 득이 되었다면 모르겠습니다만, '얘는 이렇게 사는데, 저는 이미 늦었어요'라며 오답을 제출한 수험생마냥 자책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억눌러 놓았던 '딴지 근성'이 꿈틀대더군요. 바쁜 사람 붙잡고 한참 동안 혼자 떠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식의 대화는 대게 청자에게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죠.

'인간은 지각된 자유가 클 때, 행복하다고 느낀다. - 심리학자 김정운'

 인간은 자신이 '자유롭다'라고 느낄 때 행복을 떠올린답니다. 법, 예의, 규범, 도리 등, 각종 사회적 구조에 묶여사는 우리는 도대체 언제 자유롭다고 느낄까요. 
김정운박사에 따르면 '주체적으로 행동할 때', '내가 내 삶의 키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을 때' 그렇다고 합니다. 마지못해 떠맡은 일이라도, 일 속에 내가 주체적으로 움직일만한 꺼리가 있다면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고, 역으로 아무리 내가 원해서 택한 일이라도 막상 맡고 보니 내가 개입할만한 여지가 전혀 보이지 않으면, 우울해하고 좌절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죠. 주체성이야말로 행복의 핵심요소인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독립론은 합리적인 토대에서 출발한 건 분명하지만, 
이면에 숨은 중요한 '위험'을 간과하는 면이 없지 않습니다'내 삶의 키를 내가 쥐었다, 주체성은 곧 자유이고 자유는 행복의 필요충분 조건이니, 나는 행복하다. 당신도 그렇게 살면 행복할걸?'이라는 논리전개에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게 뭐냐고요? 
 
 자유의 위험성, 바로 '책임'의 문제입니다.

 
흔한 오해와는 달리, 자유는 '구속으로부터의 해방'만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자유는 동시에 '보호로부터 추방'이자 '무한한 책임'을 의미합니다. 매일 잡다한 일거리로 나를 괴롭히는 회사는, 나를 구속하는 한편으로 월급과 4대 보험과 소속감을 통해 나를 보호합니다. 시원스레 사표를 내고 회사밖을 나서는 순간, 나를 감싸주던 일련의 보호로부터 나는 간단하게 축출됩니다. 그때부턴 일거수일투족을 내가 계획하고 선택하고 책임져야 합니다. '자유로워서 고통스러운 순간'이 시작되는 거죠. 한 치 앞을 예단할 수 없는 인간 사회는 형체를 가늠키 어려운 불안이 되어, 자유라는 사탕발림에 미혹된 무리들을 압도해 버립니다. 그 앞에서 자유를 쫓아 호기롭게 나선 개인은, 거대한 사막 속에 홀로 선 여행자 신세를 피할 수 없습니다
. 타는 목마름과 끝 모를 외로움, 미칠듯한 허기에 몸서리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TV에서 종종 마주치는 프리랜서들이 괜히 몇 달씩 밤 잠을 설치는 게 아니랍니다.
 
  영원히 구속된 신세로, 자본의 노예로 살아가란 의미가 아닙니다. 그저 환상을 품지는 말자는 뜻입니다. 장단점이 균형 있게 다뤄져야 올바른 결론에 도달합니다. 충분한 저울질 끝에, 
그럼에도 '자유의 괴로움'을 감수하겠다는 결심이 섰을 때, 그때 자유를 쫓아도 늦지 않습니다. 어떤 선택이든 결국 후회는 하겠지만, 그렇게 해야 후회가 짧을 것입니다. 자유를 택하지 않았다는 사실로 자신을 비난하는 일도 없을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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