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9] '또'라고 자꾸 뭐라 하지 마라.

by 무딘

버스 정류장에는 나쁜 놈이 산다.

나만 보면

자꾸 '또'라고 핀잔을 준다.


또 실망했냐고

또 길을 잃었냐고

또 그 사람을 미워하냐고

또 돈 몇 푼에 새까맣게 눈이 멀었냐고

볼 때마다 여지없이 뭐라고 한다.


기껏 감아 놓으면 태엽처럼 풀리는 게

고작 다짐인 것을,

'시지프스'의 복사본 주제에

어찌 신을 흉내 낼까.


그러니 좀 봐줘라.

그래도 누구처럼 거짓말은 안 하잖니.

가끔은 칭찬도 해줘라.

지랄 같은 어제도 견뎌냈잖니.

박수보다 채찍이 빠른 건 아는데,

오늘은 좀 눈감아 줘라.

너 아니어도 마음은 이미 시궁창이다.


11번 버스가 온다.

또 가야 할 시간이구나.

내일 다시 올 테니,

그때는 좀 웃어주렴.


또 눈치 없이 뭐라 하면

그땐 '버'라고 읽어버릴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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