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79주년을 맞이하여
지금까지 궁궐을 주제로 세 권의 책을 썼습니다.(⟪궁궐 걷는 법⟫, ⟪재밌게 걷자! 경복궁⟫, ⟪재밌게 걷자! 창덕궁•창경궁⟫) 현재는 가을에 나올 네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고요.(⟪재밌게 걷자! 덕수궁•경희궁⟫)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궁궐에 셀 수도 없이 답사를 가야 합니다. 궁궐에 있는 각 건물과 그곳의 역사를 소개하는 자료를 모아 보고 또 봐야 하는 것도 꼭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궁궐의 역사를 공부할 때면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가 느껴지는 순간이 종종 찾아옵니다. 바로 궁궐이 참혹하게 훼손되는 순간을 볼 때입니다. 천재지변이나 실수로 화재 사건이 나서 건물이 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생각이 들지만, 이웃 나라가 침범해 일부러 파괴했던 사실을 접할 때면 참 당혹스럽습니다. 전쟁과 식민지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다고 해도 그들은 옆 나라의 문화유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이 행동했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망가진 곳을 다시 복원하기까지 걸리는 세월이 짧게는 70~80년, 길게는 100년 이상 걸린다는 사실을 볼 때도 마찬가지죠.
덕수궁을 볼 때면 딱하면서도 대견하다는 상반된 느낌이 들고는 합니다. 덕수궁의 시작은 임진왜란 때 선조가 피난 갔다 돌아와 머물 곳이 없어 임시로 지내던 행궁이었어요. 광해군 이후 덕수궁(이때까지 이름은 ‘경운궁’이었습니다.)은 잠시 조선 역사에서 사라집니다. 경복궁에서 왕비가 일본인들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후 다음해에 고종은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을 하지요.(아관파천) 그리고 다시 이듬해 덕수궁으로 거처를 옮깁니다. 덕수궁이 우리 역사에 다시 등장하는 순간입니다.
고종은 이곳에서 국력을 다시 일으키려는 여러 시도를 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맙니다. 결국 자신도 일본에 의해 강제로 황제 자리에서 쫓겨나고, 덕수궁에서 생을 마감하고요. 이후 일본은 본격적으로 덕수궁을 훼손하기 시작하는데요. 그중 한 곳이 최근 공개하기 시작한 ‘흥덕전 영역’입니다. 현재 덕수궁의 서북쪽 방향에 자리한 공간인데요. 흥덕전과 흥복전, 선원전 등 왕실의 신성한 건물이 모여 있던 곳이죠. 이곳에 나이가 약 200년쯤 된 회화나무 한 그루가 안쓰럽게 서 있습니다. 그 오랜 세월 잘 견딘 나무가 고맙고, 기특합니다. 언젠가 궁궐에 사는 나무와 꽃을 주제로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그럴 기회가 온다면 꼭 얘기하고 싶은 나무입니다.
여전히 뜨거웠던 광복절 하루 전날. 흥덕전 영역을 보고 왔습니다. 회화나무에게는 가까이 접근할 수가 없어 아쉽지만 먼발치에서 인사를 전했고요. 흥덕전 영역은 누가봐도 서울에서 가장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요. 세종대로와 새문안로 사이에 있어 요지 중에서도 요지죠. 이 땅을 다른 나라의 대사관이 차지할 뻔한 적도 있었답니다. 그 옆으로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계획도 있었다죠. 이미 100여년 전에는 일본이 망가트린 땅이었는데 다시 그렇게 다른 나라가 영원히 가져갈 수도 있었던 거예요. 뉴스레터 <궁궐에서 온 편지> 9월호에 이 땅이 거쳐온 기가 막힌 사연과 더 많은 사진 담아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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