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으로 보는 역사_추석 추천영화 <사도>(01)
사극으로 보는 역사_추석 추천영화 <사도>(02)
곧 추석입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무색한 때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될 수 있으면 귀향, 여행, 벌초 등을 미루자는 분위기죠.
그렇다고 황금 같은 연휴를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보낼 수는 없는 법!
집에서 볼 수 있는 사극 영화 한 편 소개합니다.
바로...<사도>!
보신 분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2015년에 개봉해 시간이 조금 지났으니, 다시봐도 좋을 것 같고요.
(저도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봤는데요. 이 영화 무척 잘 만들었다고 또 한 번 느꼈습니다.)
보지 않은 분께 추천해도 좋을 것 같아 영화 얘기 나눕니다.^^
오늘은 첫 번째로, 영조가 자신의 기분 상태를 알렸던 두 개의 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도>는 영조(송강호 분)와 사도세자(유아인 분)가 겪었던 갈등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처음부터 이 부자의 관계가 나빴던 건 아닙니다.
아들에 대한 큰 기대, 거기에 못미치는 아들의 죄송스러움과 상처,
이로 인한 갈등과 오해가 쌓이고 쌓여,
결국 영조가 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이는 참극이 벌어졌던 거죠.
임오년에 일어난 큰 변고란 뜻으로 '임오화변(壬午禍變)'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이 사건을 단지 아버지와 아들의 감정 싸움으로 일어난
결과라고만 말한다면 너무 단순한 해석입니다.
임오화변을 설명하기 위해선 영조의 출생을 시작으로
얽히고 설킨 당파싸움까지 복잡한 배경을 이야기해야 하지만...,
여기에서는 우선 영화 <사도>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임오화변이 시작하던 첫째 날,
경희궁에 있던 영조는 무언가 결심을 했는지 창덕궁 선원전으로 갑니다.
선원전은 선대왕의 어진을 모신 건물입니다.
영조의 아버지 숙종의 어진을 보관하던 곳이죠.
영조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자신의 결정에 대해 정치적 명분을 쌓기 위해서였습니다.
요즘도 정치인들이 출마를 결심하거나 취임을 하면 현충원에 가서 참배를 하죠.
이와 비슷한 행동이라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세자를 꾸짖으러 가는 영조에게 내금위장이 묻습니다.
"어느 문으로 가오리까?"
이때 어느 문을 통과할지가 왜 중요했을까요.
영조는 그날의 기분 상태에 따라 어느 문으로 갈지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기분이 좋은 날엔 '만안문', 심기가 불편할 때는 '경화문'으로 가는 식이었죠.
왕이 경화문을 이용했다면
그날 궁궐에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거라는 경고음이 울린 겁니다.
왕비와 후궁, 세자와 세자빈, 신하, 내관 등 모두가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겠죠.
그래서 영화를 보면 왕이 어느 문을 이용했는지 세자빈(문근영 분)이 내관에게 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영조가 경화문을 통과했다고하자 세자는 크게 낙담합니다.
다시 그날, 임오화변이 시작하던
1762년(영조 38년) 윤5월 13일 영조의 동선을 따라가보겠습니다.
이때는 7월, 한여름이었습니다.
영조는 창덕궁 선원전을 들어갈 때 경화문을 이용했습니다.
영조는 이때 이미 세자에 대한 결정을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원전을 나와 창경궁 문정전으로 가서 세자를 부릅니다.
임오년의 변고가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영화 <사도>에서 영조의 후궁 영빈 이 씨(사도세자의 생모, 전혜빈 분)가
세자빈(영빈에게는 며느리입니다.)에게
왕이 어떤 분인지 설명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좋은 일과 좋지 않은 일을 하실 때에는 출입하는 문이 다르니,
좋은 일에는 만안문으로, 흉한 일에는 경화문으로 드시니라."
며느리에게 미리 시아버지 영조에 대한 교육성 경고(?)를 해준 겁니다.
현재 창덕궁에 경화문은 없습니다.
복원이 아직 안 된 상태고요.
다만, 만안문은 복원되어 있으니 보실 수 있습니다.
궐내각사 선원전 옆에 양지당이란 건물이 있습니다.
그 옆 동쪽으로 작은 문이 있는데 만안문입니다.
조선후기 때 창덕궁과 창경궁을 그린 <동궐도>에도 만안문은 선원전 동쪽에 정확히 그려져 있습니다.
현재의 만안문은 복원한 문이기 때문에 위치와 모양 등이 그때의 문과는 조금 다를 겁니다.
영화 <사도>를 보셨다면,
창덕궁에 갔을 때 한 번 들러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그런데!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돈화문 → 궐내각사 → 규장각 → 책고 옆 금천교를 건너는 다리 → 억석루 → 선원전 → 양지당...에 들어가서,
양지당을 앞에 두고 오른쪽 뒤편을 보면 만안문이 있습니다.
이렇게 설명을 해놓고 보니, 저 같아도 찾기가 어려울 것 같네요.
그래도 발견하면 괜히 반갑습니다.^^
가서 이렇게 상상해보는 겁니다.
"아, 영조가 그날 저 문을 통해 들어와서는 세자에 대한 결정을 내렸구나."라고 말이죠.
얘기 하나 덧붙입니다.
영화 초반부에 영조가 만안문으로 갈지, 경화문으로 갈지를 정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만안문과 경화문을 보여주는데요.
이곳은 실제 두 문이 있는 장소는 아닙니다.
영화 장면을 보니, 창덕궁 인정문과 숙장문 앞 공간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만안문으로 보여준 문은 실제 인정문,
경화문으로 보여준 문은 숙장문인 거죠.
글씨를 CG로 처리한 것 같습니다.
영화 장면을 잘 기억해뒀다가 창덕궁에 가신다면,
돈화문으로 들어가 금천교를 건너 진선문을 통과하면
영조와 내금위장이 어느 문으로 갈지를 두고 대화하던 그 장소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