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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건하 Aug 08. 2020

나를 나답게 해주는 것.

Day 8 / 하고자 하면 못할 일이 없다.




살면서 가슴 한켠에 풀리지 않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사실 그에 대한 대답을 내놓기가 두려워서

생각할 시도도 하지 못했다.

'내가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걸까?'

이게 지금 내가 고뇌하고 걱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을까? 라는 보류성 역질문 뿐.

이렇게 미루고 미뤘다. 어언 30년을.


한동안 마른 사람들을 속되게 부르는

 '멸치'로 살아왔지만 그게 당장 개선해야 한다거나

스스로 부끄럽다거나 한 적은 없었기에

그려려니 하면서 지내고 있었다.


유난히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많았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때마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살이 빠졌느냐,

잘 먹고 다녀라 라는 얘기를 매번 들었다.

자각심이 생겼던걸까.

그 이후로 심리적으로 엄청 위축이 됐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날 무시하는 것 같은

느낌을 씻을 수가 없어서

더 이상은 내 몸을 이대로 방관해서는

안되겠다 싶었다.


동시에 내가 살면서 무언가를 진득하게

해냈던 게 없었다 라는 생각도 들어서

이 참에 나를 시험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헬스장에 등록을 했다.

목표는 현재 체중에서 10kg 증량하는 것이었고

하루하루 '오늘은 좀 쉬어' 라는

악마의 목소리를 힘겹게 떨쳐내며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꾸준하게 운동에 나갔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라는 말이

이해가 되는 날이 오다니.

달마다 1~2kg 씩 몸무게가 늘더니

1년정도 되니 목표가 이루어져 있었다.

막상 목표한 바를 이루고 나니

희열이라던가 성취감이라던가 이런 것보다,

이런 결과가 당연하다는 생각과 함께

약간의 허무함이 더 컸다.

그래서 보다 높은 목표를

반사적으로 설정했고

시간이 흘러

또 그 목표를 이루고

전과 같은 감정상태로

계속해서 높은 목표를 향했다.


그렇게 운동이 습관이 된 일상이 익숙해지고

조그마한 목표를 하나씩 이뤄낸 내 자신을 돌아보니

운동 말고도 그 어떠한 것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고민 끝에 해야겠다 결심한 게 '글' 이었다.

허나 막무가내로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보니

흔한 단어조차도 바로 생각나지가 않았고

문장을 어떻게 써나가야 할지도 너무 어려웠다.


그렇게 책부터 읽는 버릇을 들여야겠다 싶었고

매일 독후감을 쓰면서 글과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글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고 나니

마치 내가 등단한 작가라고 된냥

글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또 잘쓰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플랫폼이 없을까 하다가 알게 된 '브런치'.


어라? 사람들이 내가 쓴 글을 보려면

브런치 작가로 등록이 되어야 한다.

몇 번이고 떨어지더라도 될 때까지

해야겠다 마음 먹었다.

하도 많이 떨어져서 횟수가 기억이 안날 정도지만 결국엔 또 해냈다.

근데 운동으로 이뤄낸 목표로 얻은

감정과는 많이 다른 기분이었다.



'내가 나로 살아있는 기분.'



이제서야 내 육체를 내 스스로 움직여서

무언가를 해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게 진짜 성취감 이구나 싶었다.

인간이 쾌락을 느끼는 요소들을

순위로 매겨 놓은 걸 우연히 본 적이 있는데

그 중 상위에 기록됐던 것이 성취감이었다.

난 지금 그 쾌락을 맛보고 있는 중이고

중독성 또한 강하더라.


나를 나답게 해주는 건 하고자 하는 걸

비로소 해내고야 말았을 그 순간이다.

덕분에 나는 그 어떤 것이든 마음만 먹으면

해낼 수 있다라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물론 이 자신감이 허영심이 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공부하고 연습해야 할 것이다.

어느 누구보다 잘쓴다고는 절대 말 못하지만

누구보다 해낼 수 있단 그 마음은 강하다.



'하고자 하면 못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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