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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건하 Aug 11. 2020

매번 우스운 이별

Day 11 / 괜찮아지는데 괜찮지 않다.


서로가 호감을 갖게 되는 것 만큼이나

어려웠지만 쉬운 게 이별이 사라지는 과정이다.


이걸 일반화시킬 순 없지만 헤어지고 나서

되돌아보면 연애 초중반엔 항상 행복했다.


지겹게 싸워도 더 딥한 관계를 위한 과정이겠지, 서로 사소한 것 하나까지 맞지 않아도 사람이 어떻게 다 같을 수 있겠어, 양보하고 맞춰가면 되는거지 라며 이보다 긍정적인 내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난 정말 행복했던걸까.




그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행복하기만 했던 시기가 지나고 조금씩 서로가 편해질때가 되면 초중반엔 보이지 않던 모습들이 보인다.


하루를 꽉 채워가며 부지런하게 자기계발을 하던 사람이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씩 그만두고 게으른 일상을 찾는다거나, 평소엔 몰랐던 짜증스런 말과 행동, 또 결혼에 대한 정반대의 가치관 등등.


물론 두 사람의 연애는 두 당사자들만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외적인 문제로만 그들을 판단할 순 없다.


하지만 내가 이 사람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게 내게 의미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시작으로 내 자신도 그렇게 비춰지고 있진 않을까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악순환의 연속으로 다른 사람들과 우리의 모습을 비교하게 될 때도 있고 처음과 같은 감정이 이젠 거의 없는데 여태 함께했던 시간이 우릴 애써 붙잡고 있는데. 누가 먼저 이 손을 놓을 것인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고.




결국 대부분 헤어졌다.

수많은 고민을 했었지만 단 한번도 이별을 준비했던 적은 없었기에 매번 찾아오는 이별 앞에서 나는 더없이 비굴하고 비참해졌다. 노랫말처럼 밥도 제대로 못먹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 하루종일 쓰린 속을 붙잡고 그 사람의 SNS를 수없이 들어가본다. 나는 지금 이런데 혹시라도 잘지내고 있을까봐. 빌어먹을 놀부심보를 부리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뜬 눈으로 보냈다. 그렇다. 나는 이별앞에서 쿨하지 못했음은 물론 찌질하고 못됐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 솔직히 아직도 믿지 않는다. 무슨 약이 이렇게 오랫동안 아픈 걸 잡아주지 못하는가. 시간이 약이 됐다기보단 내 면역력이 결국 이겨냈었다, 매번.


어느 누구의 충고나 위로는 그때 뿐, 결국 내가 하고 싶은대로 자학하고 그리워하고 그러다보면 서서히 그 사람이 내 머리와 가슴속에서 서서히 빠져 나간다. 아니 어쩌면 더 흥미로운 것들이 굴어온 돌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한 사람을 잊는다는 게 겪고 나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항상 그랬다. 죽을만큼 괴로워 했으면서 당장 괜찮아졌다고 안힘들었다 한다.


그렇게 괜찮아지고 말았어야 했는데 끝까지 못되게 굴었다. 그 사람과 헤어진게 차라리 잘된거 같다고, 내가 그 사람 때문에 이렇게 힘들어했던게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고. 계속 만났더라도 언젠간 이 고통을 겪었을거라며 한 때 평생을 약속했던 사람을 한순간에 몹쓸 인간으로 치부한다. 이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몇방울을 씻어내기 위한 마지막 발악이었던걸까.


그렇게 하나의 연애를 씻어내고 또 다른 인연을 기대하며 살아간다. 이전의 연애에서 많이 배웠다며 떵떵거리며 새로운 누군가를 맞이하겠지. 이번엔 다를거라며 그렇게 아프고 힘들어했던 건 다 잊고 또 마음 한구석을 내어주겠지.


다음번엔 부디 나와 같은 마음인 사람이기를.

서로의 마음 한켠을 내어주는 사람이기를.

얼만큼 내어줘도 아깝지 않은 사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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