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치열한 삶에서 싸우는 중이다.
별 것도 아닌 일에 짜증스러운 직장 상사.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는 부하 직원.
같이 해야할 일을 나만 하게 만드는 동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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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포함한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자주 겪는 스트레스 중 일부다.
내게 주어진 일만 정상적으로 해내면 될 것 같은데,
작고 소중한 내 월급은 딱 그 정도 같은데, 도저히 그렇게 되도록 허락해주지 않는 사람들이 꽤나 자주 밉고 속상하다.
물론 나도 실수를 하고 못되게 굴기도 한다.
상사에게 불가피한 난처함을 줄때도 분명 있었고,
부하직원에게 말도 안되는 업무를 떠넘겨야 할 때도 있었으며, 사사로운 이득에 눈 멀어 동료에게 말하지 않은 업무도 있었다.
어쨌든 우리 모두는 우연이든 필연이든 서로를 힘들게 하는 순간이 분명 있다. 하지만 사람이란 게 본인이 때렸던 건 까맣게 잊고, 맞아서 아팠던 것만 기억하기 마련.
이렇게 직장생활이 어렵고 힘든 이유가 뭔지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어느 정도 회사에서의 마인드가 변하게 됐다.
가장 근본적인 부분부터 생각해보면 나는 회사의 일원이기 이전에 부모님의 아들이다. 여동생을 둔 오빠이기도 하고. 그리고 수많은 친구들이 있으며, 몇몇 동호회의 일원이기도 하다.
이런 것들을 다 거치고 나서야 나는 회사 사람이다.
나는 회사에서 항상 완벽한 컨디션일 수 없다는 걸 이야기 하고 싶었다.
부모님과의 마찰이 있을 수 있고,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속상할 수도 있다. 여동생이 말썽을 부려 화가 날 때도 있을거고. 친구들과 오랜만에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일 때문에 못가게 될 수도 있고 동호회에서 크게 다쳐 병원을 다니고 있을 수도 있다.
팩트는 내가 이러한 상태로 회사에 갈 수도 있다는 것.
더 중요한 건 직장상사도,부하직원도,동료도 다를게 없다는 거다. 그들도 각자의 가정이 있고, 친구가 있고, 모임이 있을거기 때문에.
카드값이 밀려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을거고,
여자친구와 헤어져서 속상해하는 사람도 있을거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이나 딸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사람도 있을거다.
우리 모두는 이렇게 각자의 삶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데 회사에서는 이 모든 걸 알아주지 않으니까 티내지 않을 뿐이었다.
회사가 이러한 우리들의 상황을 알아주고 휴가를 더 많이 주거나 월급을 더 많이 주거나 하면서 회사 복지를 늘려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회사는 실질적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마냥 우리들의 개인적인 부분까지 케어해 줄 의무도 이유도 없다.
그래서 우리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한 복지는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인 상사에게,
누군가의 아들이자 딸인 부하직원에게,
누군가의 여자친구,남자친구일 동료에게,
'당신도 많이 힘들겠군요.' 의 마음으로
부하직원이라도 기본적인 예의를 갖춰 대해주고
상사라면 부모님처럼 살갑게 대해주고
동료에겐 친구처럼 친근하게 이야기 해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게 가장 시급한 복지가 아닐까 싶다.
내가 잠시 다니던 어느 회사의 사칙이 있었다.
이는 회사의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꿔놓고 있었다.
신입 시절,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을 때
사내의 모든 직원들이 명찰의 이름표를 보고
oo씨, 밥먹었어요?
oo씨, 커피 한잔 할래요?
oo씨, 오늘 별일 없었어요?
라며 인사를 해주는데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동시에 낯을 많이 가리고 소심한 내 성격에도 불구하고 먼저 다가가 인사를 하고 사사로운 안부를 물을 수 있게 됐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일단 이렇게 서로에 대한 경계심을 인사로 풀고 나니 업무적으로도 보다 부드러울 수 있었고, 회사 사람들과 친해지다 보니 출근에 대한 부담감도 많이 줄었다.
굳이 이러한 사칙이 아니더라도 직장동료들과 가벼운 인사부터 하나씩 실천해 나간다면 보다 쾌적하고 스트레스 없는 사내문화로 정착되어, 결국엔 업무효율로도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