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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건하 Mar 18. 2021

레알 출신의 '외'씨.

믿고 쓰는 레알산, 외씨라면?




한 때 아스날의 리그 4위가 과학이었던 것과 비슷하게 레알마드리드 출신의 두번째 '외' 씨가 아스날로 입성했다. 이는 과연 어떤 징조일까? 끝이 참으로 찝찝했던 첫번째 '외'씨 였던 탓에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숨길 수 없다. 하지만 두번째 '외'씨는 단기 임대이적이기 때문에 불안함 보단 '믿고 쓰는 레알산' 의 명분을 톡톡히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앞선다. 


레알출신의 두번째 '외'씨 마르틴 외데고르(왼쪽)와 지금은 떠난 첫째 '외'씨 메수트 외질(오른쪽). 


메수트 외질과 마르틴 외데고르의 아스날 입단 당시 상황은 많이 달랐다. 외질은 이미 레알마드리드에서 전성기를 누리는 중인 선수였다. 비록 모드리치와 베일로 인해 팀내 입지가 불안해진 상황이었지만 레알마드리드의 에이스급 선수임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기에, 그런 그가 아스날로 이적한 것은 아스날 팬은 물론 해외축구 팬들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을 법한 '대형이적' 이었다. 그렇게 엄청난 환영과 기대감을 안고 아스날로 입성한 외질은 아스날 데뷔 첫 경기부터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말로만 듣던 '오즈의 마법사' 의 현란한 패스마법을 볼 수 있었다. 외질의 데뷔시즌인 13/14 시즌은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주면서 팀내 최고의 선수로 자리를 잡았지만 그 다음 시즌, 타 팀들에게 읽혀버린 그의 플레이와 더불어 휴식없는 출장,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기대감에 못미치기도 했다.  


메수트 외질은 역대 최고의 슈퍼스타 영입이었다.


'폼은 떨어져도 클라스는 영원하다.' 라는 말을 쓰기도 이른 타이밍이었을까? 외질은 보란듯이 재기하며 15/16 시즌 엄청난 활약을 보여준다. 환상적인 플레이와 함께 '패스마스터' 다운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면서 잠잠해졌던 팬들의 기대감을 다시 불타오르게 했다. 레알마드리드에서 기록했던 것보다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할 수 있었지만 아스날의 공격수들은 호날두가 아니었기에 내심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리그 2위로 시즌을 마치며 '4스날'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게 해준 장본인임은 분명하다.


15/16 시즌의 외질은 비교대상이 없을만큼의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었다.


그런 외질도 사람이었을까. 점차 폼이 저하되고 에메리 감독이 부임하면서 팀에서의 입지가 현저히 줄어든다. 하다 못해 감독이 이적을 고려해보라고 했을 정도. 폼도 폼이지만 에메리는 애초에 외질을 기용할 생각이 없어 보였고 이후 아르테타로 감독이 교체 된 후에는 아예 1군 명단에 포함되지도 못한다. 외질은 경기력은 물론이고 경기장 밖에서도 논란이 될만한 내용들을 SNS에 업로드 하여 스스로 불화를 키우는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한 때 아스날을 먹여 살리던 선수가 도움은 커녕 논란만 키우고 있으니 당연히 팀에서는 외질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팀내 최고 주급을 받고 있던 그가 타 팀으로 이적해주길 바랬다. 하지만 외질의 고집이라고 해야할까. 끝까지 남겠다는 의사를 보이며 경기에 출장하지도 않은 채로 엄청난 주급을 받기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래저래 아스날에서의 입지를 완전히 잃게 된 외질은 결국 페네르바체로 이적을 하며 다소 찝찝한 이별을 맞이했다.


찝찝했지만 정말 고마웠던 메수트 외질.



그렇게 엄청난 활약을 해주면서 팀에 큰 공헌을 했던 선수의 마지막이 이렇게 되어 버려서 한 때 속썩이지 말고 얼른 이적해주길 바랬던 나의 모습에 이질감이 들기도 했지만 결국엔 경기장에서 활약을 해주는 선수가 필요한 것이 구단의 올바른 입장이기 때문에 찝찝하긴 했어도 작별인사를 하는 것이 서로에게, 또 아낌없이 사랑해줬던 팬들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던 것 같다.




반면에 외데고르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고 하기엔 너무 어리지만 그 나이에서 보여주기 힘든 엄청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다. 무려 17살이란 나이에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인 레알마드리드와 6년이란 장기계약을 맺었다. 당시 언론 및 팬들은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란 팀 특성상 여차하면 계약기간 동안 임대만 다니다가 찬물에 기름돌듯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였다. 하지만 외데고르는 예견되었던 임대생활에서 본인의 클래스를 제대로 보여주고 만다.


레알소시에다드에서 바르샤를 상대로 활약하는 외데고르. 마치 레알 마드리드가 보란듯이.


2016~2018 - SC 헤이렌베인 임대

2018/19 시즌 -SBV 피테서 임대

2019/20 시즌 - 레알 소시에다드 임대


아스날로 임대이적 하기 전까지 거의 임대만 다녔다. 하지만 외데고르는 본인이 처한 이 상황을 오히려 즐기고 있는듯 했다. 경기를 뛸 수 있는 팀에서 스스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그렇게 임대를 다니면서 드디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레알 마드리드의 계획이 드러났다. 같은 리그에 속한 레알 소시에다드로 외데고르를 보낸다. 이 것은 어쩌면 레알 마드리드가 마지막으로 외데고르가 실력을 증명해주길 바랬던 의도로 보였고, 그 시즌을 통해 레알마드리드와의 계약연장의 여부가 결정될지도 모르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이에 답하기라도 하듯 외데고르는 소시에다드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낸다. 소시에다드에서의 활약으로 22세이하 시장가치 상승 TOP 10 안에 들었고, 그 시장가치는 약 700억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외데고르를 레알 소시에다드 임대라는 시험대에 올렸던 레알마드리드는 2023년까지 계약을 연장했지만 지네딘 지단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에는 맞지 않았었는지 계속해서 명단에 들지 못했고, 외데고르가 절실했던 아스날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를 이적시키려 하지만, 완전이적은 여러 정황상 이루어지지 못했고 결국 임대로 1년간 그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한 마르틴 외데고르.



아스날에서의 생활이 얼마 되진 않았지만 외데고르는 아스날에 있는 것이 굉장히 행복하며, 다시는 지네딘 지단 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식의 인터뷰를 보여준 바 있다. 아스날 팬으로써 외데고르가 완전 이적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매경기 때마다 들곤 한다. 시즌 중에 팀에 합류를 했기 때문에 선수들과 합이 맞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만 개인의 역량으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모습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고, 서서히 팀에 녹아들면서 그 능력이 더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있었던 유로파리그에서 치명적인 패스미스를 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더니 미안함을 환상적인 중거리 무회전 골로 답했고, 며칠 전 북런던 더비에서도 토트넘을 쥐락펴락하며 골을 기록했다. 북런던더비를 승리로 이끌어 준 선수는 절대적으로 아름답다!


북런던더비의 주인공 마르틴 외데고르!


외데고르는 외질과는 또 다른 느낌의 플레이를 보여준다. 축구의 전술적인 부분을 떠나서 일단 혼자서 선수들의 템포를 스피디하게 올려줄 수 있다. 현재는 많이 사라진듯 보이지만 아스날 특유의 '두두다다' (간결한 패스를 통한 빠른 템포의 공격전개) 를 혼자서 만들어 내는 느낌이랄까. 아직까진 외데고르의 템포를 맞춰주는 선수가 사카나 티어니 정도밖에 없어 보이지만 서서히 다른 선수들도 속도를 따라가는 것 같아 앞으로의 아스날이 기대가 되는 부분 중 하나이다. 이는 아르테타가 추구하는 전술에 가장 필요한 모습이기 때문에 아마도 계속해서 출장하며 무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




개인적으로 외질은 너무나도 스타였기 때문에 오히려 끝이 좋지 못했던 것 같다. 스스로의 입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서. 그래서 만약 외데고르가 아스날로 완전이적을 한다면, 간절히 스타병에 걸리지 않길 바란다. 

스타가 되는 것은 좋지만 절대로 아스날이란 구단 자체에 대한 존중은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스날은 단순히 구단 그 자체가 아니라 전 세계의 수많은 팬들과 먼 훗날 아스날에서 활약을 하게 될 선수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선수가 구단 위에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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