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건하 Apr 21. 2021

4천억줄게,슈퍼리그 참가해.

축구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문화이다.



 축구판이 돈으로 움직인다는 걸 느꼈던 건 아마 만수르가 맨체스터 시티를 인수했을 때 였던 것 같다. 프리미어리그 중하위권에 그쳤던 클럽이 세계에서 손꼽는 수준이 됐으니까. 만수르 이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탑클래스의 선수들이 줄줄이 입단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스날은 죽어라 뛰어도 안되는 리그 1위를 돈으로 이뤄낼 수 있구나 느꼈다. 아마 그 후부터 재정이 빵빵한 구단은 이길 수 없다는 편견이 생겼던 것 같다. 





 이렇게 축구를 돈으로 사는 모습에 진절머리가 난 상태에서 슈퍼리그가 창설된다는 기사를 접하게 됐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선 꽤나 매력적인 축구판이 되겠구나 싶었다. 세계 최고의 팀들끼리의 리그라니. 매주 메시,호날두를 상대할 수 있다니. 축구팬으로써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허나 그 내막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앞서 설레였던 내 모습이 옳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슈퍼리그는 전 세계 최고의 클럽들이 모여 매주 경기를 치르는 방식이다. 총 20개의 클럽이 2개조로 나누어져 경기를 하고, 각 조의 상위 3개팀이 8강에 올라간다. 나머지 2자리는 남은 팀의 1위가 올라간다. 그 후에는 기존의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방식으로 홈&어웨이로 경기가 진행되며, 결승전은 중립구장에서 단판으로 치뤄진다. 





 나를 포함한 많은 팬들은 슈퍼리그 창설을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 구단과 선수들 중에도 같은 의견에 힘을 싣는중이다. 슈퍼리그는 창설되는데에 거쳐야 할 가장 큰 관문이 있다. 그 것은 UEFA.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들은 슈퍼리그에 적대적이었고, 그 불쾌한 심정을 곧바로 표현했다. 슈퍼리그에 참가하는 팀들은 UEFA에서 주관하는 모든 대회 출전 불가. 또, 슈퍼리그에 참가한 팀에 소속된 선수들은 국가대표 승선불가. 이렇게 되면 현재 슈퍼리그에 참가하겠다고 했던 팀들을 챔피언스리그에서 볼 수 없게 되는데, 그러면 비교적 생소한 팀들만 남아 챔피언스리그에서 경쟁하게 된다. 그만큼 인기있는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게 되고 팬들은 슈퍼리그로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다. 여지껏 챔피언스리그로 복귀하기 위해 온갖 풍파를 다 겪고 있는 아스날은 도대체 무얼 위해 이렇게 힘들었던 것인가. 또 앞으로 어떤 목표를 위해 달려가야 하는가. 한순간에 챔피언스리그 출전은 물론이거니와 언젠간 이루고 싶었던 우승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게 되어버린다.





 슈퍼리그에 대한 반발은 팬들 뿐만 아니라 영국 정부에서도 극구 반대하며 대책을 마련하는 듯 싶었다. 프리이머리그 소속으로 슈퍼리그에 참가하겠다고 했던 구단들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재제하겠다고 했다. 축구는 팬들을 위한 문화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슈퍼리그는 오직 구단의 이익만을 위한 비즈니스로 전락할 우려가 아주 크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는 축구 종주국으로써 축구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마치 영국 자체가 축구의 팬인 것 처럼. 맞다. 축구는 팬들을 위한 문화이다. 하지만 슈퍼리그는 이를 이용해 비즈니스를 하려 한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언급하며 구단들을 유혹했다. 초기 참가클럽에겐 4천억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하겠다고 했다. 우승 상금도 그야말로 넘사벽이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상금이 200억 언저리인데, 슈퍼리그는 대략 3천억에 가깝다. 또 이와 같은 엄청난 금액이 돌고 도는 슈퍼리그를 운영하기 위에선 미국기업인 JP모건의 투자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약 6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한다고 한다.) 이는 유럽축구의 주도권을 팔아넘기는 셈이다. 또 슈퍼리그 자체가 미국리그의 방식과 같은 것을 보면, 유럽축구를 위하는듯 보이지만 서서히 미국에게 빼앗기는 그림이다. 영국팀이 대부분인데 이를 가만히 두는 건 적어도 영국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지적 아스날 시점에서 이 현실을 바라본다면 어떨까. 4천억. 눈이 돌아가는 액수임에는 틀림없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의 착공으로 인한 손실복구 및 수년간 유지했던 챔피언스리그 수익실현 불가 등만 봐도 그렇다. 또한 보드진의 안일한 운영방식으로 인해 몇몇 선수들에게 터무니없이 높은 주급을 지급하고 있는 것도 한 몫 한다. 그렇기에 슈퍼리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재정적인 개선들은 분명히 아스날에겐 자극적이다. 하지만 아스날은 돈 때문에 팬들을 등질만한 자격이 없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아스날의 경기를 보기 위해선 평균 1300 파운드(한화 약 200만원)라는 거금을 내야 한다. 이는 19/20 시즌 기준으로 프리미어리그 2위에 달하는 아주 비싼 금액이다. 즉, 팬들이 구단을 먹여 살리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실제로 아스날은 티켓값이 구단운영에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 전세계의 1억명이 넘는 팬들이 있다. 규모로만 본다면 대한민국 인구의 두배가 넘는 숫자다. 이 정도만 보더라도 아스날은 슈퍼리그 참가자격이 없는 게 맞다.





영국 정부의 반발 때문이었을까. 약 3~4일 만에 프리미어리그 6개팀 전부가 슈퍼리그를 탈퇴했다. 정의는 살아있다 라고 말하기엔 UEFA의 만행이 용서되는 것 같아 싫지만, 슈퍼리그가 그대로 진행되었다면 정말 최악의 축구판이 될 것이기에 한시름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계속해서 지켜봐야 겠지만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신속히 탈퇴해줘서 정말 고맙다. 앞으로도 계속 우리끼리 싸우자.




진심을

다해 

챔스에서 

아스날을

보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