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건하 Jun 18. 2021

단톡방






내 기준 가장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는 단체 카톡방이 있다. 이들에겐 말도 안 되는 말장난부터 시작해서 사사로운 감정 변화, 혹은 정말 힘들 때나 기쁜 순간까지 공유한다. 옥에 티라면 대부분 나만 떠는다는 점. (비교적 제일로 한가함.) 아마 세상 모든 단톡방 중에 나 같은 부류가 꼭 한 명쯤은 있으리라. 소중한 사람들에게만 나의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 또 그들의 일상 또한 듣고 싶어 하는 그런 사람. 그래서 친구들이 그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신경 써서 듣고 답장하려 노력한다. 주제에 맞게, 기분 상하지 않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게. 그들도 가끔씩은 나처럼 반응해주길 바랬었던 것 같다.


  번은 아무도 답장해주지 않는 방에서 어김없이 혼자 떠들고 있는데 (애초에 답장을 바라지도 않는 경지에 이름.) 친구들이  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답장을   있는 말을 해라, 혼자  그렇게 떠드냐.' 등등. 읽고 씹히는  아무렇지도 않은 수준까지 올랐던 나라서 이들에겐 그러지 않을  알았는데 아니었다. 막상 그렇게 직접 말을 하니 너무 서운했다. 내가 아무리 유익하지 않은 이야기까지 늘어놓는다고 해도, 어차피 읽고 씹으며 무시해왔으면서, 굳이 그렇게 표현해야 했나. ! 정말 불쾌했던 건가, 내가 그렇게 만든 건가. 솔직히 삐뚤어진 생각이 덜컥 들었었다. 가끔은 카톡에서 장난치는 내가 나의 전부인 것처럼 바라보고 한심하게 생각하는  같기도 해서 솔직히 자존감에 스크래치도   있다. (물론 지금은 아님. 카톡에선  모습의 극히 일부인  사실이라서.)


 그때 느꼈다. (천 번 중 한두 번. 매번 이러면 이건 내가 문제 있는 건데 그건 아니다.)  난 그들이 정말 쓸데없는 소리를 하더라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친구들은 아니었구나. 내가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떠드는 게 민폐일 수도 있구나. 각자 사는 게 전보다 더 바빠졌구나. 나도 이제 더 이상 단순 재미로 떠들면 안 되겠구나. 유익한 이야기만 해야겠구나. 친구들을 난로처럼 대하지 못했구나. 정말 할 일 없는 사람처럼 보였겠구나. 한심해 보였겠구나. 소심해 보였겠구나................................................(나 솔직히 소심하다.)


 도대체 그깟 카톡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서운했을까.  북 치고 장구 치는 내 모습에 괴리감이 드는 동시에 그들에게 전혀 미안한 일이 아닌데 미안해져서 더욱 괴로웠다. 도저히 혼자서 앓고 삼키는 성격이 아니라 그 방에 있는 친구 중 한 명에게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내가 안타까웠다고 했다. 너답지 않다고 했다. 이 말을 듣자마자 고맙다며 서둘러 대화를 중단했다. 미안하지만 전혀 감정 해소나 위로가 안됐다. 생각할 시간만 필요해졌을 뿐이었다. 나다운 게 뭐지. 단순히 내 인생에서 가장 친한 친구들과 만나지 않는 순간에도 장난치고 떠들고 싶었을 뿐인데. 정말 순수하게 그것뿐이었는데.


혼자서만 수많은 생각들이 들었었고 어디에도 얘기한 적 없었기에 관계의 틀어짐이 생긴 건 아니지만 깨달은 건 분명 있었다. 소중한 사람일수록 거리를 두고 대할 것. 과한 생각은 언제나 나를 망치고 관계를 망치고 생각지도 못한 모든 부분들까지 망칠 수 있다는 것.


 나 다운 것이 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근데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할지는 알 것 같다. 분명 나도 의도치 않게 상대방을 서운하게 했을 거고, 답변할 가치도 없을 만큼 쓸데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았을 때도 있었을 거란 걸 다시 한번 인지했기 때문에. 물론 매번 서운함을 느낀 것도 아니었고 어쩌다 한번 애매한 기분이 들었던 것뿐이기에, 당시의 서운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해프닝이라고 해두자. 별 것도 아닌 카톡 때문에 정말 못된 생각까지 했었던 시간을 이 글로 지워본다. 사랑해 친구들아.





   


  




 

이전 06화 기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