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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건하 Jul 01. 2021

1년에 1억을 버리는 사람들.

편하게 시간 속에서 마음은 그렇지 못한 아이러니.





“1년에 1억씩 낭비하지 않고 산다면, 당신의 삶은 얼마나 더 좋아질까요?”


 유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이끌려 캐나다의 심리학자인 조던 피터슨의 강연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는 한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질문한다. “하루의 6시간 정도를 낭비하는 사람?” 80% 정도 되는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그리곤 그 6시간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데, 이보다 더한 팩트 폭행은 없었다. 일주일이면 42시간이고, 이는 캐나다 직장인들의 평균 근로시간이라고 한다. 


 보다 와닿을 수 있도록 최저임금과 잠재적 가치를 포함하여 시급을 5만 원이라고 가정하고, 일주일이면 210만 원이며 1년이면 1억이 넘는다. 손을 들었던 80%의 학생들은 매년 1억을 낭비하고 있던 것이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금액의 시간을 대게 의미 없이 누워있거나, 스마트폰을 보거나, 드라마나 영화를 감상하며 소비한다.

 

아마 이런 소비가 억지스러운 동기는 아니었을 텐데도, 조던 피터슨은 말한다. 그렇게 원하는 대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서도 불행함을 느끼고 있다고. 이는 스스로가 잘못된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쉽사리 고쳐내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조던 피터슨 현상'의 장본인, 심리학자이자 대학교수를 겸하고 있다. 



 나도 80% 중 한 명이었다. 평일 아침에는 단 5분이라도 더 자기 위해 아침식사를 거르는 것은 물론이고, 머리를 말리지도 못한 채로 허겁지겁 출근한 날도 빈번하다. 그렇게 약 4~50분 정도 되는 출근길에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음악을 습관적으로 틀어놓고 아무런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낸다. 


그것도 모자라 퇴근을 하면 바로 침대에 누워 습관적으로 유튜브 영상을 본다. 그러다 보면 서서히 눈이 감기고 30분에서 1시간 정도 되는 시간을 잠으로 보낸다. 그리고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켜 2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돌아와서 늦은 저녁 식사를 한 후, 다시 스마트폰을 잡고, 서서히 잠들며 하루가 끝이 난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여태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시간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다는 걸 느꼈고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했다.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편안한 일상이었지만 마음까지 편안하진 못했다.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았다.

 


조던 피터슨의 영상을 본 뒤로 실제로 내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조금씩이라도 낭비되고 있는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스치듯 들었던, 그로 인해 자괴감을 느꼈던 멘트가 있었다. “다섯 시간을 자나, 여덟 시간을 자나 어차피 내일 피곤한 건 똑같아.” 그렇다. 나의 피곤함은 잠 따위가 해소시킬 수 없다. 그렇게 나는 단 30분만이라도 기상시간을 앞당겨보기로 했고, 아침 식사를 챙겨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몸과 마음이 보다 여유로워졌으며, 간혹 필요한 물건을 집에 두고 나오는 불상사의 빈도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또 사색 아닌 사색을 하며 보내던 출근길에는 평소 관심 있던 글쓰기나 웨이트 트레이닝에 관한 강연 영상이나 실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인생 꿀팁을 소개하는 영상 등, 어떤 분야라도 배움이 될만한 영상을 위주로 재생시켜 텅 빈 사색의 시간을 채웠다. 이는 실제로 글을 쓸 때나 운동을 할 때는 물론이고, 일상생활 중에도 정말 필요한 순간에 번뜩 떠올라 자연스럽게 문제 해결을 하는 상황들을 빈번하게 만들어 주었다. 


 퇴근 후에는 ‘10분 동안 앉거나 눕지 않기.’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했다. 가만히 서있을 수는 없으니 무엇이라도 해야만 했다. 그로 인해 항상 어지럽혀 있던 방은 항상 정리정돈이 유지되었다. 짧게만 느껴졌던 10분이란 시간을 통해 주말에 몰아서 하던 방청소 시간이 필요가 없어졌다. 


 스마트폰은 끊을 수가 없으니 나름대로의 규칙을 정했다. 단 한 번이라도 봤던 영상은 다시 보지 않기, 습관적인 SNS 탐방하지 않기. 이 두 가지를 통해 습관이란 게 참 무서움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정말이지 여태껏 쓸데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허비하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    


 

자신과의 약속을 통해 보다 맑은 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그리 어렵지 않은 자신과의 약속 몇 가지로 하루의 3~4시간 정도가 살아났다. 조던 피터슨의 말대로라면 하루의 20만 원을 번 셈이다. 실제로 통장에 20만 원이 입금된 것은 아니지만 기분은 20만 원 그 이상의 가치를 했다. 덕분에 하루를 살아가는 마음가짐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고, 보다 긍정적인 생각과 도전적인 마인드를 갖게 되었다. 앞으로의 나는 어떻게 낭비되고 있는 시간을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물론 조던 피터슨이 말했던 1년에 1억이란 가치는 낭비되는 시간을 직접적인 자기 계발로 활용했을 때의 얻을 수 있는 것일지 모르지만, 수년간 자리 잡고 있던 시간낭비의 잔재들을 한순간에 갈아엎으려 하면 빠르고 쉽게 지쳐 버릴지도 모른다.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일상의 사소한 변화로 시작해, 점차 자기 계발의 시간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현재 나의 글쓰기 실력은 터무니없이 부족하지만 꾸준한 시간낭비와의 싸움으로 인해 단순 취미에 그쳤던 나의 글로 여러 현역 작가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빈 책상엔 온갖 책들로 가득해졌다. 그로 인해 생각지도 않았던 출간이란 목표가 생겼다. 이처럼 일상이 바뀌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꾸는 꿈의 스케일도 커질 수 있으며, 또 그게 현실이 되는 것 역시 시간문제가 아닐까 싶다. 오늘도 내가 나를 사는 느낌에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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