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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희 Feb 27. 2019

뜨거운 감자, <골목식당>

피디의 메시지



우리는 흔히 뜨거운 감자를 Hot Issue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본뜻은 중요하지만 쉽게 다루기엔 버거운 문제를 비유하는 말이다. 뜨거운 감자를 입에 넣었을 때 삼키지도 뱉지도 못했던 경험을 떠올리면 된다.






<골목식당>은 '죽은 상권, 쓰러지는 아마추어 자영업자, 불경기'를 다룬다. 석 달도 안 돼 바뀌는 상가와 파리만 쫓는 자영업자를 우리는 주변에서 보고 들었다. 하지만 주변인인 우리도 당사자인 자영업자도 깊은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맛, 서비스, 상권, 거대 기업, 경제 상황, 제도 등 엮여있는 것이 많아 원인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거기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그래서 마음속에 답답함은 있는데 쉽사리 꺼내지 못한 것이다. 최근 설 파일럿 방송임에도 화제성과 시청률을 모두 잡은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도 비슷하다. '꼰대, 상사의 갑질'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존재해왔다. 그것은 삶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쉽게 꺼낼 수 없는 이야기였다.


피디는 이 뜨거운 감자를 효과적으로 다루려는 사람이다. 피디의 메시지는 사람들의 마음속 이야기와 한 끗 차이다. 희미하게 그려져 있는 사람들의 스케치를 구체적인 청사진으로 바꾸는 것이다. 피디는 마음속에 답답하게 남아있는 뜨거운 감자를 대신 말해준다.


그래서 <골목식당>엔 시원함이 있다. 한 걸음만 먼저 걸어 사람들이 아직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한 이야기를 자세히 분석하고 구체적으로 그려냈다. 그러니 공감하기도 쉽다. 자영업자거나 손님인 시청자가 방송 속 인물에게 공감하는 건 기본이다. 더 넓게는 직업적 분류를 벗어나, 인간이라면 갖는 다양한 고난이 방송에 녹아있다. 자식의 꿈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와 그걸 알고 있는 자식의 모습(회기 벽화 골목 편)이 하나의 예다. 이건 자영업자나 손님의 시선이 아니다. 글쓴이도 어머니가 어렵게 모은 돈을 받은 고깃집 사장의 울먹임을 보며 눈물을 터뜨렸다.


거기에 피디의 메시지를 전달할 효과적인 전략이 추가된다. 외식업 전문가 백종원이 알려주는 '외식업 교과서'는 효과의 끝판왕이다. 전파의 힘으로 얻는 홍보 효과는 덤이다. 결과적으로 <골목식당>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던 메시지를 구체화했고 이를 제대로 퍼뜨렸다.


하지만 괜히 뜨거운 감자가 아니다. 그만큼 비판도 많다. 망해가는 자영업자 개인의 능력과 노력 부족 탓으로 돌리는 바람에 구조적 문제를 가려버렸다는 비판이 일었다. 경기가 안 좋아 자영업으로 몰리게 된 상황과 젠트리피케이션 등 임대업의 문제가 그 이면에 있다는 것이다. '제작진이 선택한 자영업자와 골목이 적절한가'도 도마위에 올랐다. 프랜차이즈 혹은 자산을 많이 가지거나 이미 장사가 잘되는 업주를 돕는 건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우린 이 예능 하나에 얼마나 많은 기대를 하는 것일까. 방송이 그려낼 수 있는 건 정해져 있다. 그들에게 허락된 건 일주일에 60분의 시간과 화면뿐이다. 구조적 문제 분석을 요구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걸 다룰 곳은 따로 있다. 완벽한 섭외 역시 마찬가지다. 제작진이 자산까지 확인할 수는 없다. 자비 없는 비판이 계속된다면 피디의 메시지는 망가진다. 하나의 글에 너무 많은 내용이 들어가면 뭉툭해지는 것과 같은 이유다.


실제로 최근 <골목식당>은 이런 비판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제작진의 입장을 변호하는 내용이 방송에 자주 등장한다. 잘 되는 식당을 선택한 이유, 제작진의 섭외 어려움 등의 설명은 예능의 흐름을 방해한다. 그래서 메시지 전달이 예전만 못하다. 변호가 자주 나오면 시청자는 지치고 오히려 반감을 갖는다.


조금은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모든 비판은 맞지만, 방송이 그걸 모두 수용하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골목식당> 덕에 우린 자영업자의 세상을 알게 됐고 구조적, 개인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많은 자영업자가 막막했던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방송에서 찾았다. 예능의 제1 목표인 재미를 포기하면서까지 비판을 받아들이는 자세도 괜찮다. 그래서 뜨거운 감자를 삼키고 있는 '예능' 프로 <골목식당>의 용기와 노력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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