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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기와 나

28개월 아기 일기

핫도그 먹고 싶어요

by 하정

"하은아. 일어나. 아침이야. 어린이집 가야지"

밖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려요. 피곤한데. 더 누워있고 싶은데.

"엄마. 나 피곤해."

난 크게 말해요.

"그래? 그럼 더 누워있어."

엄마가 더 누워있으래서 누워있는데 잠이 안 와요. 엄마는 밥을 먹고 있어요.

'나가볼까?'

방문을 열고 나가요. 엄마가 밥을 먹고 있어요.

"엄마. 나 다 잤어요."

"하은이 잘 잤어?"

엄마가 웃으면서 말해요. 나한테 와서 나를 안아줘요.

"우리 이쁜이. 잘 잤어?"

엄마는 나를 안아서 식탁으로 가요. 식탁에는 생선, 김치, 냉이가 있어요. 노란색 내 그릇에는 당근이 있어요. 그런데 먹고 싶은 게 하나도 없어요.

"하은아. 당근 먹어"

"싫어. 안 먹을 거야."

"생선 먹을래?" 엄마가 생선을 가리키며 말해요.

"아니."

"밥 줄까?"

"아니. 안 먹고 싶어."

"알았어."

엄마는 다시 밥을 먹어요. 냉이를 먹어요.

"엄마. 냉이 매워요?"

"응. 먹어볼래?"

"아니."

난 냉이가 매워서 먹고 싶지 않아요. 갑자기 핫도그가 먹고 싶어요.

"엄마. 핫도그 먹고 싶어요. 핫도그 주세요."

"핫도그?"

엄마 눈이 동그래져요. 놀랐을 때 하는 얼굴이에요.

"핫도그 없는데"

그럴 리가 없어요. 엄마가 냉장고에서 핫도그를 꺼내서 준 적 있거든요.

"엄마. 나 핫도그" 다시 말해요.

"핫도그 없다니깐."

난 짜증이 나기 시작해요. 울음이 나와요.

"엄마. 핫도그" 난 울면서 말해요.

"핫도그 먹고 싶어."

엄마는 나를 쳐다봐요.

"핫도그 없다니깐"

나는 더 크게 울어요. 그러면 핫도그가 나올 거예요.

"핫도그, 핫도그" 막 소리쳐요.

엄마가 나를 쳐다보다가 말해요.

"알았어. 핫도그 줄게."

크게 우니깐 핫도그가 나와요. 그런데 엄마는 일어나지 않고 계속 밥을 먹어요.

"엄마. 핫도그. 핫도그 줘." 난 울면서 말해요.

엄마는 밥을 먹으며 말해요.

"기다려. 엄마 밥 다 먹으면 줄게."

기다릴 수 없어요.

"엄마. 핫도그. 핫도그"

그러자 엄마가 말해요.

"계속 그러면 핫도그 안 준다. 기다려."

난 이제 더 크게 울어요.

"엄마. 핫도그. 핫도그"

그러자 엄마가 일어났어요. 엄마를 따라가요. 엄마가 냉장고 문을 열고 핫도그를 꺼내요.

그리고 커다란 통에 핫도그를 집어넣으려 해요.

"엄마. 내가 할게. 내가."

난 또 소리 질러요. 내가 정말 해보고 싶거든요.

"알았어. 기다려. 밑에 접시 깔고"

엄마는 접시를 가지러 가요. 나는 계속 "내가 할게, 내가" 소리 지르며 엄마를 쫓아가요. 엄마가 접시를 가져와 커다란 통에 넣어요. 그리고 핫도그를 나에게 주며

"집어넣어."

난 핫도그를 받아서 통에 넣어요. 너무 재미있어요. 엄마는 손잡이를 밀어서 뚜껑을 닫아요. 이제는 동그란 걸 돌려야 해요. 이것도 해보고 싶어요.

"엄마. 내가. 내가"

난 동그란 걸 잡으며 돌려요. 잘 안 돼요. 엄마가 말해요.

"기다려. 엄마가 도와줄게"

엄마가 동그란걸 잡고 있는 내 손을 잡고 돌려요. 통에서 "윙~" 소리가 나요.

"엄마. 핫도그"

"기다려. 10분 정도 기다려야 해."

핫도그를 먹으려면 기다려야 하는데 시간이 안 가요.

"엄마. 핫도그"

"조금 더 기다려. 아직 10분 안 됐어."

난 바닥에 엎드리기도 하고 책도 봐요.

"엄마. 핫도그"

"이제 조금 있으면 먹을 수 있어"

기다리다 보니 머리어깨무릎 노래 들으며 춤추고 싶어요.

"엄마. 머리어깨무릎 노래 틀어줘"

엄마는 핸드폰으로 노래를 틀어줘요.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무릎

머리 어깨 발 무릎 발

머리 어깨 무릎 귀 귀>

노래가 나와요. 신나요.

"엄마 나랑 같이 춤추자" 난 점프해요.

엄마는 나랑 같이 "머리 어깨 무릎" 하며 팔을 올렸다 내렸다 해요.

<띵~> 소리가 나요.

"다 됐다." 엄마가 소리쳐요. 핫도그 있는 곳으로 가요.

나도 핫도그 있는 곳으로 달려가요.

"뜨거워. 가까이 오지 마."

엄마는 커다란 통 손잡이를 잡아당겨요. 핫도그가 나와요. 엄마가 꺼내요.

"뜨거워. 기다렸다가 먹어."

식탁에 핫도그가 있어요. 빨리 먹고 싶어요.

"엄마. 뜨거워?"

"응. 조금 기다렸다가 먹어."

기다려요. 그리고 다시 말해요.

"엄마. 뜨거워?"

"응. 궁금하면 살짝 만져봐."

난 핫도그를 만져봐요.

"앗 뜨거워."

"뜨겁지? 조금 더 기다려."

조금 있으니 이제 만져도 괜찮아요. 핫도그에 있는 막대기를 잡아요.

"후후 불면서 먹어."

엄마 말대로 후후 불면서 조금씩 먹어요.

그런데

.

.

.

맛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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