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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기와 나

아기와 강아지의 우정

by 하정

집에 쌀이 떨어져 쌀도 받을 겸 오랜만에 친정에 갔다.


외갓집에 온 아기는 친정에서 키우는 골든레트리버 타이와 노느라 정신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타이 밥 줘야 한다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사료부대에서 어설픈 손놀림으로 그릇에 사료를 담아 타이 밥그릇에 넣어 주는데 거의 절반이 바닥에 떨어진다.


가끔 주는 간식도 기똥차게 알아보고 "간식 줘야 돼"라며 간식을 달라고 손짓을 한다. 간식인 고기 말린 것을 손에 쥐어주면 타이에게 갖다 준다. 처음에는 멀리서 주고 도망오더니 짖지도 않고 물지도 않는 걸 알고는 어느 순간부터는 손에 간식을 잡은 채 입에다 먹여준다.


시간이 지나자 이제는 타이 털을 쓰다듬고 몸통을 껴안고 꼬리를 잡아당기기까지 한다. 놀란 타이가 "멍멍"하고 짖었지만 그것도 잠시. 너무 순한 타이는 그대로 바닥에 앉는다.

보통 개 같으면 벌써 소리 지르고 물었을 텐데 골든레트리버라 순한 건지 우리 집 개가 순한 건지 가만있는다. 심지어 아기가 털을 쓰다듬어주니 좋은지 꾸벅꾸벅 졸기까지 한다.


친정은 목요일에 출발에 일요일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어린이집에서 코로나가 발생했다는 공지사항을 접하고 며칠 더 있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아기가 타이와 놀 시간이 더욱 많아졌다. 집 근처 공터에서 뛰며 놀기도 하고 같이 산책을 가기도 했다. 가끔 타이가 똥을 싸면 삽과 빗자루를 들고 치우러 갔는데 그걸 본 아기는 "타이 똥 치워야 돼."라며 삽과 빗자루를 들고 돌아다닌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다시 서울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다음날 아침잠에서 깬 아기는 나에게

"타이 어디 있어?"라고 한다.

외갓집에서 일주일을 있어서 그런가 장소가 헷갈리는 모양이다.

"타이는 외갓집에 있지. 여기 없어."라고 하니

"이모, 할머니는 어디 있어?"라고 묻는다.

"이모랑 할머니도 외갓집에 있지."라고 답해주었다.


오후에 여동생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외갓집에서 놀던 하은이와 타이가 찍힌 동영상과 여러 장의 사진들을 보내 주었다. 그리고

"요즘 타이 표정이 너무 슬퍼ㅠㅠ 허전한가 봐~"라는 글도 함께.


하긴. 타이는 보통 아빠나 여동생이 산책을 시켜주지 않는 한 거의 목줄에 묶여 있다. 그러니 타이에게 하루종일 밥 주고 간식 주고 털 만져주고 놀아준 아기가 얼마나 그리울까.


하은이도 타이 어디 있냐고 찾는다니깐 여동생이 우는 표정의 이모티콘을 보냈다.


어제는 아기와 마트에 가서 타이에게 줄 간식을 샀다.

조만간 간식 주러 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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