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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Feb 21. 2024

착각과 편견

진숙은 매일 아침 출근하듯 가는 카페에 오늘도 여지없이 방문했다. 그녀가 가는 카페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카페 한 면에 어린이도서실이 있다. 교회건물 중 일부분이 카페여서 도서실도 연결돼 있었다. 3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진숙은 가끔 도서실에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곤 했다. 오늘은 토요일로 아이는 집에서 아빠와 있었고 진숙은 홀로 카페에 왔다. 오후 1시부터 여는 곳이라 도서실 문은 아직 닫혀 있었고 불이 켜 있지 않아 어두웠다. 항상 앉는 자리인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기 위해 계산대로 가던 중, 진숙은 어느 할아버지가 2살 배기 여자아이 손을 잡고 교회건물 방향에서 나와 도서실로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했다. 할아버지는 정문이 아닌 측면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불도 켜지지 않고 운영시간도 아닌 도서실에 할아버지는 아이 손을 잡고 신발도 벗지 않은 채였다. 순간 진숙은 미간이 찌푸려졌다. 가끔 딸아이와 오는 곳이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곳이다. 운영시간엔 정문이 열려있고 입구 벽면에 '신발 벗고 들어오세요'라고 쓰여있다. 며칠 전에는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진공청소기로 바닥을 청소하고 있는 모습도 봤던 터였다. 깨끗하게 운영되고 있는 게 확인돼 기분 좋았던 진숙에게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모습은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항상 마시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며 진숙은 다시 한번 할아버지와 아이를 쳐다봤다. 도서실 한쪽에 마련된 의자에 신발을 신고 있는 모습이 레이더에 잡히듯 또 눈에 들어왔다.

'신발 벗고 들어가는 거라고 말을 할까?'

그들을 쳐다보다 계산대 왼편 자리에 앉은 한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나이가 지긋이 드신 할머니였다. 그녀와 어색한 눈 맞춤을 뒤로하고 고개를 돌렸다. 진숙은 할아버지께 말을 할까 하다가

'내가 무슨 관계자도 아니고'라는 생각에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얼굴이 딱 봐도 이 교회 목사님이구나. 자기 교회에서 운영하면 운영시간도 아닌 시간에 신발도 안 신고 손녀랑 막 들어가도 되는 건가? 어딜 가나 권위자인 사람들이란.'

진숙은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며 할아버지와 손녀로 보이는 그 둘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들이 신경 쓰여 도서실 쪽으로 또 눈을 돌렸다. 그러다 어떤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아봤다. 아까 눈이 마주친 노년의 여성이었다. 진숙은 어색한 눈 맞춤을 끝내며 갖고 온 노트북을 열었다. 1시간 후 약속이 있는지라 시간이 많지 않았다. 오늘 써야 할 글도 있었다.

'신경 쓰지 말자. 내가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진숙은 글을 써 내려갔다. 시간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진숙의 마음을 다급하게 했다. 그녀는 점점 집중했고 글쓰기에 빠져들었다. 30분쯤 지났을까. 아까 노년의 여성이 있는 쪽에서 소란한 움직임을 느끼며 그녀 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노년의 여성 옆에 도서실에 들어갔던 할아버지가 여자아이를 안고 있었다.  

"애들 왔는데 나갈까요?"

"그래요."

그들은 자녀들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받은 듯했다. 할머니는 컵을 반납하고 짐을 주섬주섬 챙겼다. 그리고 할아버지, 여자아이와 함께 카페 밖으로 나갔다. 그들을 본 진숙은 갑자기 멍해졌다. 미안했다. 그리고 한편으론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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