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지인 아드님 전시회가 있어 경복궁역에 가게 됐다. 11시 오픈인데 문이 닫혀있어 잠시 인근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보내게 됐다. 날씨가 좋아 그런지 경복궁 근처는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이 가득했다. 여기저기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가족사진을 찍는 여행객들의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다.
스타벅스 경복궁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유명 관광지라 그런지 외국인들이 심심치 않게 드나들었다. 화장실에 가게 됐는데 넓고 시설 좋은 매장에 비해 화장실은 초라하다 싶을 정도로 비좁고 변기도 한 개뿐이었다. 대부분 스타벅스가 그렇지만 경복궁점 화장실도 문에 전자키가 붙어있어 들어갈 때마다 비밀번호를 눌러야 했다. 비밀번호는 *0000*이었다. 나야 한국인이고 전자키도 익숙해서 쉽게 들어갈 수 있었지만 외국인들은 열심히 번호를 누르고 시도해도 문이 열리지 않아 당황해하고 있었다. 어떤 한복을 입은 남자 외국인은 여러 번 시도해도 문이 열리지 않자 당황해하며 다시 매장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나는 비밀번호를 확인한 후 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어주었다. 두 번째로 화장실을 갔을 때 나이 많은 여성 외국인이 비밀번호를 열심히 누르고 있었다. 역시나 열리지 않았다. 뒤에서 자세히 보니 *을 먼저 누르고 숫자를 누른 후 *을 눌러야 문이 열리는데 처음에 *을 안 누르고 숫자만 눌러서 문이 열리지 않았다. 문이 안 열리니 다시 매장으로 돌아가기에 뒤에 있다가 버튼을 눌러서 문을 열어드렸다. 그녀는 "Thanks"라고 하며 웃으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나도 들어가서 순서를 기다리는데 그녀가 이제는 나가면서 문이 안 열리자 당황해 했다. 전자키는 나갈 때도 오픈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그것을 모르니 당황한 것이다. 나는 버튼을 눌러주고 문을 열어주었다.
외국인들이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굳이 화장실에 번호키를 설정해 둘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이용객이 별로 없는 저녁시간이면 설정해 두는 게 맞다고 보지만 이용객이 많고 수시로 드나들며 외국인들은 문이 안 열려 당황해 하는데 꼭 자물쇠를 채워둬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나름 잠가두는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들을 위해 손님이 붐비는 시간에는 잠금 설정을 풀어두는 게 어떨까. 그것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