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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기와 나

21개월 아기의 한마디

짤짜

by 하정

21개월이 된 딸아이는 요즘 부쩍 말이 늘었다. 말이라기보다는 단어를 말하는 정도다. 보통은 '오오' 이런 류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많이 한다. 아니면 손가락으로 원하는 곳을 가리키며 '어어' 하는 정도다.


가끔 양말, 바나나는 '바'라고 하며 어눌한 발음으로 표현한다.


어린이집 같은 반 또래 아이 중 벌써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는 아기가 있다. 우리 딸보다 2개월 정도 빠르긴 하지만 지금 내 딸아이한테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다.


또래 아기들이 '다들 잘 자'라던가 '이건 뭐야?'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며 가끔 혼자 '우리 아기는 발달에 문제없는 건가?'라는 나름의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잠을 자기 위해 아기와 이부자리를 펴고 누웠다. 나는 아기를 따로 재우지 않고 옆에 두고 같이 잔다.


아기에게 여느 때와 다름없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인사를 해줬다.

"우리 이쁜이 잘 자"


보통 때 같으면

"응"

이나 별 반응 없는데 오늘은

"짤짜"

이런다.


'짤짜? 이게 뭐지?'

잘 못 알아들은 나는 남편에게

"짤짜가 뭐야?"라고 묻는다.


남편도

"잘 모르겠는데?"


난 다시 딸아이에게 묻는다.

"하은아. 짤짜? 짤짜가 뭐야?"


아기는 다시

"짤짜"


갑자기 머리를 스치듯 '잘 자?' 혹시 '잘 자?'란 생각이 들었다.

내심 너무 기뻐 아기에게 되물었다.


"하은아. 잘 자? 엄마보고 잘 자라고 했어?"


그랬더니 아기는 다시

"짤짜" 이런다.


남편은 옆에서 질세라

"하은아. 아빠한테도 '잘 자' 해줘" 한다.


갑자기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나온다. 그동안 말이 늦을까, 발달에 문제가 있을까 고민했기 때문일까?

'이제 엄마에게 밤 인사도 할 줄 안다니'


결국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얽히고설키면서 핑하니 눈물이 나왔다.


그 '짤짜' 한마디가 뭐라고 이렇게 기쁠 일인가.


시간이 지나니 이제는

"이게 모야? 이게 모야?"

이게 뭐야 병에 걸린 것처럼 사물들을 가리키며

"이게 모야?"를 반복한다.


참 사랑스럽다.

참 사소한 일인데 이렇게 기쁘고 감동받을 일인가 싶지만,


참...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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