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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기와 나

아기와 보름달

달이 따라와요

by 하정

친정에 온 지 3일째.

아기는 잘 먹고 잘 놀고 너무 잘 지낸다.


친정집에는 나와 아기가 오면 머무는 작은 방이 있다.

오 남매를 키우느라 방을 하나씩 늘려가다 보니 4개의 방이 있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하나 둘 떠나 남은 방이다.


아기 태어나고 100일까지 있었던 곳.


그래서인지 아기는 중간에 한번 깨지 않고 잘 잔다.


밤에 자려고 한쪽 끝에 아기 이불을 펴줬다.

불을 껐는데도 방이 환하다.


'밖에 등이 켜있나? 왜 이렇게 환하지?'


보통 때는 새까맣게 어두웠는데 오늘은 이상하다.


일어나서 창밖을 보니 하늘에 커다란 보름달이 환하게 떠있다.


'달빛이 이렇게나 밝았나?'


맨날 책으로만 읽어줬던 달을 아기에게 보여주고 싶어 누워있는 아기를 안고 창문가로 갔다.


"하은아. 저기 환하게 보이는 둥그런 거 있지? 저게 달이야. 달이 따라와요. 자꾸만 따라와요. 천천히 걸어가면 천천히 따라오고 빨리 뛰어가면 빨리 따라와요. ~"


평소 하은이가 좋아해서 자주 읽어줬던 <달이 따라와요> 동화를 들려줬다.


그리고 다시 누웠다.


"하은아 잘 자"


그러고 자려는데 아기가 갑자기 앉더니 달을 가리키며

"저게 모야?" 한다.

"응. 저게 달이야. 달이 따라와요. 자꾸만 졸졸 따라와요.~"


난 다시 동화를 들려줬다.


"~달아 그만 집으로 돌아가. 그러다가 길을 잃으면 어떡하니?.

하은아. 우리도 자야지 달도 집으로 갈 수 있어. 자자"


동화 후반부 내용에 달이 계속 따라오니 곰들이 달을 집에 보내야 한다며 집에 가서 자는 장면이 있다. 그 부분을 들려주며 아기를 자리에 눕혔다.


아기는

"응"

이러면서 곧 잠자리에 들었다.


보름달이 환한 예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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