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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기와 나

아기의 발마사지

아빠 다리 마사지 해주기

by 하정

6월 초 베트남 다낭 호이안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시어머니 칠순 기념으로 떠난 여행이었다.

시어머니는 아픈 남편을 돌보느라 이제껏 해외여행 한 번 못가 보셨다.

시아버지는 우리 결혼 2년 전 돌아가셨고

남편은 그런 어머니를 해외여행에 꼭 모시고 가고 싶어 했다.


그렇게 다낭에 가게 됐다.

여행 전 뉴스에서 연신 동남아 열대야로 온도가 40도 안팎이라는 소식에 걱정도 많았지만

포기하기에는 돈이 아깝고 해서 21개월 아기 데리고 과감히 떠났다.


패키지여행이라 때 되면 밥 먹여주고 45인승 에어컨 나오는 버스로 이동해 별 어려움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여행 마지막 전날 마사지 코스가 있었다. 동남아 여행을 가면 당연히 기대하게 되는 마사지.

저렴한 가격에 편안히 여행 피로를 풀 수 있어 필수코스다.


우리 부부도 마사지를 받아야 하는데 아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가이드분께 아기의 거처를 물으니 마사지받을 때 옆에 눕혀서 재우면 된다고 하셨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저녁 7시쯤 아기를 데리고 마사지숍으로 들어갔다.

침대가 3개 있는 방이어서 한 침대에 아기를 눕히면 된다고 생각했다.

마사지 옷으로 갈아입고 아기는 한 침대에 눕혀 잠들라고 가슴을 두드려줬다.


그런데 아기는 새로운 장소가 신기한지 잘 생각을 안 하고 계속 일어났다.

침대 높이가 꽤 높았는데 자꾸 내려오려고 해서 아기가 떨어질까 봐 계속 옆에서 잡고 있었다.

절대로 마사지를 받을 수 없었다.


우리는 마사지숖에 양해를 구하고 남편 먼저 마사지를 받고 내가 받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남편이 마사지받는 것을 보게 됐다.

우리는 발마사지를 받았는데 마사지사가 로션을 다리에 바르며 마사지를 했다.


20대 젊은 여성이 남편 다리 마사지하는 것을 보게 되니 괜히 화가 났다.

남편은 좋은지 웃음을 참지 못했다.


1시간의 마사지가 끝나고 남편은 아기를 데리고 숙소로 돌아갔고 나도 다리 마사지를 받았다.


그때 이후로 집에서 남편이 누워 있으면 아기가 남편 다리에 로션을 바른다.

그 조그만 손으로 펌핑해서 나오는 로션을 눌러 남편 다리에 열심히 바른다.

보고 있자니 어처구니가 없다.


아이 보는 데서는 찬물도 못 먹는다더니

옛 속담 틀린 게 하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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