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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Jul 26. 2023

스톤헨지와 함께하는 희망팔찌

기아대책-아이들에게 희망을

요즘 먹스타그램(인스타그램에서 음식사진을 올리는 계정)을 하고 있다.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열심히 다른 먹스타그램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주던 중,


고급스럽고 우아한 스톤헨지 팔찌가 눈에 띄었다.


액세서리를 좋아하지 않는데 그 사진을 보자마자

'저 팔찌 갖고 싶다.'는 강렬한 마음이 들었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다 보니 혹시나 역시나 후원금 계좌로 연결된다.


알고 보니 기아대책과 스톤헨지가 함께 희망팔찌를 만든 것.


직장을 다녔으면 고민 없이 신청했을 텐데 무직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요즘이라 결제 버튼에서 머뭇거렸다.


그리고 또 하루가 지났다.


요즘 컴퓨터 알고리즘은 고객의 니즈(needs:원하는 것)를 파악해 광고도 맞춤형으로 준단다.


내 핸드폰도 귀신같이 나의 니즈를 파악하고 팔찌 광고를 지속적으로 띄웠다.


 결국 또 희망팔찌 신청창에 와 있는 나를 발견하고 결제를 진행했다.


그런데 돈을 아끼겠다고 만원 후원으로 신청해 팔찌를 못 받게 되자(알고 보니 2만 원 이상부터 팔찌가 지급된다.) 기아대책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제가 희망팔찌를 받고 싶은데 모르고 만원 후원을 신청했거든요. 희망팔찌를 받을 수 없을까요?"

"네. 2만 원 이상 후원하셔야 팔찌를 보내드립니다."

"그러면 기존 만원 후원을 취소하고 2만 원 후원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네. 그럼 제가 만원 후원은 취소 처리 해드릴 테니 홈페이지에서 2만 원 정기후원을 신청해 주시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러면 만원은 환불이 되는 건가요?"

"죄송합니다. 후원금은 환불이 안됩니다."

"네. 그렇군요. 그럼 팔찌는 언제쯤 받을 수 있을까요?"

"오늘 후원 신청하시면 8월에 후원금 출금 확인 후 보내드립니다."


처음부터 2만 원 정기후원을 신청했으면 오늘 출금되면서 팔찌를 보내주는데, 만원을 결제하는 바람에 다음 결제일은 8월이 된 것이다.


'이런. 팔찌를 받으려면 한 달이나 기다려야 다니.'


빨리 받아서 착용하고 싶은 마음에 다시 문의를 했다.

"팔찌를 빨리 받을 수는 없나요?"

"아. 빨리 받고 싶으세요? 그럼 2만 원 중 1만 원을 오늘 중 추가 출금한 후 보내 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무엇을 위한 기부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겨운 상황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고 팔찌가 나중이어야 하는데,

팔찌에 반해 기부를 하는 상황이라니.


아니면 스톤헨지 팔찌를 구입하던가.


그런데 또 그건 의미가 없어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왕 하는 거 기부라는 가치 있는 활동을 통해 얻은 팔찌를 차고 싶었다.


생각해 보니 아름다운 디자인 팔찌에 기부의 가치까지 더해져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나 보다.


정기후원을 결제하며,

희망팔찌 기획은 많은 사람을 기부자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같은 사람이 또 어딘가에 있을 테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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