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맛?
브런치작가가 된 후 영상 중독을 고치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 난 영상 중독이었다.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유튜브에 접속해 시청할 영상을 찾았다.
한 영상이 끝나면 다른 영상을 틀고 끝나면 또 다른 영상을 트는 식이다.
이렇게 꾸준히 하다 보면 몇 시간은 금방 갔다.
영상중독의 장점은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먼 거리를 갈 때 발휘한다. 아무리 오랜 시간도 굉장히 짧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끔 남편이 운전 중 길을 잘못 들어 목적지를 돌아갈 때면 화가 많이 났는데, 영상으로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으면 절대로 화가 안 났다.
그러던 어느 날 브런치 작가가 됐고 그때부터 알람이 뜨기 시작했다. 난 자연스럽게 작가들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전에 여유시간이 생기면 영상을 봤다면 이제는 글을 읽게 된 것이다.
나 스스로도 이런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문득 알게 됐다.
'왜 영상이 재미없지?'
영상을 보려니 흥미도 느껴지지 않고 재미있는 것도 찾기 힘들었다.
오히려 브런치 알람에 뜨는 작가들의 글 제목을 보면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무슨 맛을 고를까 고민하는 것처럼 '어떤 게 재미있을까?' 고민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뿐이다.
다양한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어떤 글은 무언가를 깨닫게 해 주고, 어떤 글은 여행을 가고 싶게 하며, 어떤 글은 눈물이 났다.
아이스크림 가게에 다양한 맛이 존재하는 것처럼 글에서도 맛이 났다.
가끔씩 뜨는 댓글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받게 되는 서비스였다.
오늘도 알람이 뜬다.
제목을 본다.
이 글에는 무슨 맛이 펼쳐질까?
그래서 난 영상중독을 고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