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형마트에 가면 종종 할인코너에 들른다. 할인하는 채소나 과일 중 살만한 것이 있나 해서다.
대형마트는 할인코너 제품도 상태가 좋아 생활비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오늘도 어김없이 할인코너에 가니 평소에 안 보이던 게 보인다.
바로 호박잎!!!!
호박잎을 보자마자 왜 이리 반가운지. 두 개가 있었는데 둘 다 구입했다. 할인코너에 있는 이유가 궁금할 정도로 상태도 좋았다.
'오늘 저녁은 호박쌈이다.'
저녁준비가 끝났단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호박잎 줄기에 잔가시 같은 흰 솜털이 붙어있는데 줄기 끝부분을 살짝 꺾어 아래로 쭉 내리면 솜털이 껍질 벗겨지듯 벗겨진다.
그렇게 모든 호박잎의 솜털을 제거하고 찜기에 올렸다.
된장은 저번 친정 때 엄마가 만들어준 강된장이 있어 그걸 먹으면 됐다.
남편이 돌아왔고 아기와 셋이 호박쌈에 밥을 올리고 된장을 발라 먹었다.
아기는 우리가 쌈 싸 먹는 모습을 보고 쌈을 조그맣게 찢은 후 밥과 같이 먹었다. 된장도 조금 줬는데 거부했다. 맛있고 재미있는지 호박쌈을 찢은 후 밥을 싸서 먹는 걸 반복했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때만 되면 엄마가 호박잎을 밭에서 따와 호박쌈을 먹었다. 그래서인가 가끔 호박쌈이 그리울 때가 있다.
이 이야기를 남편한테 했더니 공감을 잘 못한다. 도시에서 자라선가 호박쌈을 많이 안 먹어본 듯하다.
호박쌈을 먹더니
"맛있다." 그런다.
한국인이라면 호박쌈이 맛없기도 힘들다.
엄마가 준 된장 덕분에 엄마 손맛 100% 재현한 호박쌈.
오래간만에, 엄마와 자매들과 둘러앉아 호박잎 솜털을 제거하던 추억이 떠오른다.
고맙다. 호박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