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정 Nov 20. 2023

요즘 다시 채식

시작은 추석에 친정에서 먹은 막걸리였다. 사실 그즈음에 심리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 가족들과 술자리 핑계 대고 조금 더 마신 것도 있다. 그래봤자 맥주 한 캔, 막걸리 한 병이다.


추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맥주 한 캔 마시고 잔 다음날 내 얼굴과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건강염려증이 있는 나는

'혹시 신장에 문제가 있나?'라는 걱정을 한가득 안고 최근 다녔던 내과를 방문했다.  의사 선생님은

"알코올 알레르기 같아요. 약 처방해 드릴게요." 하신다.

"혹시 신장에 이상 있는 건 아닌가요?"라고 걱정된 부분을 질문하니

"얼마 전 피검사 하셨죠? 신장은 정상이에요."라고 하신다.

어쨌든 안심하고 약을 타왔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얼굴이 붓는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고 어느 날부터는 숨쉬기가 조금 가빠지기까지 했다. 가끔 얼굴이 달아오르기도. 아는 언니한테

"언니 혹시 저 갱년기 아닐까요?"라고 하니

"폐경 안 했음 갱년기 아냐." 그런다.


결국 난 전에 다녔던 동네심장내과에 방문했다. 온갖 검사를 한 후 결과를 들으러 갔다. 60대 정도 되신 여자원장님이 친절하게 결과를 설명해 주셨다.

"다 정상인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고 동맥경화가 있네. 이 나이에 있음 안되는데. 약 처방해줄 테니깐 15일간 먹어보고. 혹시 근육통이 오면 약 먹지 말고 병원으로 와요."

라고 하시며 채소, 과일 등 먹어야 되는 음식과 해야 하는 운동을 알려주셨다.


약 먹은 지 3일째, 몸살감기에 걸린 것처럼 근육통이 시작됐다. 기침도 올라왔기에 약 부작용이란 생각을 못하고 감기약을 지어먹었다. 4일째 콜레스테롤 약을 복용하자 밖에 나가기도 힘들 정도로 근육통이 시작됐다. 하루종일 누워 있으며 약 부작용임을 확신하고 다음날 약을 먹지 않으니 근육통이 사라졌다.


병원에 방문해 약 부작용을 말씀드렸다. 그리고 얼굴 부었던 것, 브레인포그 증상(안개가 낀 것처럼 머리가 맑지 않고 멍한 증상) 있는 것, 뒷목 당기는 것 등 증상을 말씀드렸다. 의사 선생님은 혈압을 재더니

"혈압이 낮네. 요즘 채식 했어?" 그러신다.

"네. 요즘 과일, 채소 많이 먹었어요."

"응. 알겠다. 혈압이 낮아서 그러네."

"네? 저 원래 혈압 130 정도 나오는데요?"

"내가 약 처방해줄 테니깐 먹어봐." 그러신다.

(사실 의사 선생님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셨지만 의학지식이 없어 기억나는 것만 적습니다.)


처방받은 약을 먹고 얼마 있으니 정말 브레인포그 증상이 많이 사라지고 눈이 환해진 기분이다.

'신기하네. 의사 선생님 명의인가?' 이런 생각까지 든다.


마트에 가서 오이, 당근, 무, 콩나물, 두부, 버섯, 냉이를 샀다. 의사 선생님이 심혈관 질환으로 죽을 수도 있다고 하시니(수치가 많이 높은 것 같다.) 정신 차리고 식습관을 바뀌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아직 아이가 어리고 하나여서 나라도 100살까지 살아 딸아이 곁에 있어주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남편에게 병원 다녀온 이야기를 해주니 10여분 정도 일장 연설을 시작한다.

"기름기 있는 음식은 먹으면 안 되고 채소 위주로 먹고~~~~~~~~~~~~~~~~~~~~"

듣고 있으면서도 속으로

'누가 들으면 의사인 줄 알겠네.'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길을 가다 헬스기구를 발견하고 잠깐 운동도 했다. 채식을 해서 그런가 몸도 가볍고 소화도 잘 되는 기분이다. 꾸준한 채식과 운동으로 건강을 챙겨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