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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Sep 23. 2023

노인과 키오스크

아기와 마트에 있는 푸드코트에 들렀다. 어린이집 하원 후 집에 가길 거부하는 아기의 손가락 방향을 따라 꼬박꼬박 출석하는 곳이다.


그다지 크지 않은 이곳엔 3개의 식당이 있다. 햄버거집(양식), 분식집(한식), 일식집(일식).


아기는 햄버거 가게의 감자튀김을 좋아한다.

"감자튀김 사줘"

되지도 않는 발음을 열심히 하며 자기 의사를 표현한다.


감자튀김을 사줬는데 가끔

"빵"이라고 해서 난감한 적이 있어 감자튀김이 포함된 햄버거 세트를 주문하려고 키오스크로 갔다.


할머니가 메뉴를 다 고르고 결제를 하기 위해 카드를 꽂았는데 결제가 진행되지 않았다. 할머니는 너무 당황해하시며

"이게 왜 안 되지?"

뒤에서 사람은 기다리고 주문은 해야 하고 매우 난감해 보이셨다. 뒤에서 보니 카드를 일찍 꽂아 인식을 못하는 것 같았다.


결제가 안되자 직원에게

"여기 이게 안되는데 거기서도 주문받나요?"라고 하신다.

직원은

"카드 보여주실래요? 이거 될 텐데 다시 해보세요"라고 한다.


뒤에서 도와주고 싶지만 모르는 분한테 선뜻 말 걸기가 어려워 가만있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다시 해보라는 말에 할머니는 화면을 바라보며

"이거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나"라며 한숨을 쉬셨다.

내 눈엔 화면 아래 메뉴가 담긴 부분이 보였다.


용기를 내어

"아래 거기 누르시면 돼요."라고 말씀드리니 화면을 터치하신다. 이후 문제의 결제창. 카드를 꽂으려는 할머니에게

"조금 기다리셨다가 카드 삽입하라는 문구가 뜨면 꽂으세요."라고 말씀드렸다.


전에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너무 일찍 카드를 꽂으면 인식을 못 한 적이 있었다.


조금 기다렸다 문구가 뜬 후 카드를 꽂으니 결제가 됐다. 할머니는 그제야 안도하시는 듯했다.


내 차례가 되어 열심히 주문 버튼을 누르고 있는데 할아버지 두 분이 오신다.

"여기도 키오스크로 주문해야 되나 봐. 현금은 안 받겠지? 여기서도 못 먹겠다."라고 하신다.


다른 한분이 직원에게 다가가

"여기 현금으로 주문받나요?"라고 하니

"네. 됩니다."라며 주문을 받았다.


요식업계에서 일하는 지인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요즘 노인분들은 키오스크 주문을 못해서 고 싶은 식당에서 식사 못 하시는 경우가 많아. 돈도 있고 카드도 있는데도 말이야."


친구의 말이 사실이었다. 다행히 그분들은 햄버거를 드셨지만 어쩌면 그것도 가고 싶은 식당에서 주문을 못해 오신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을 바라보며 노인만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몇십 년 후면 나에게도 닥칠 일이라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빠른 기술 발전으로 40대 중반인 나 요즘 어려운 것, 처음 듣는 것, 작동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젊은 사람들이 하는 말 중 어떤 말은 못 알아듣는것도 많다.


조금은 키오스크가 그리고 많은 기계들, 사람들이 노인에게 친절했으면 좋겠다.


누구나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미래고 불편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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