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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Nov 16. 2023

이거 내 거야!

25개월 아기 이야기

25개월이 된 하은이가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이거 내 거야!"이다.


어떤 물건이던 음식이던 자기 마음에 들면

"이거 내 거야!" 그런다.


하은이가 요즘 좋아하는 인형이 있다. 바로 건전지를 넣으면 "삑삑삑삑" 소리를 내며 걸어 다니고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 인형이다. 길을 가다 보면 노점에서 가끔 움직이는 강이지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그 강아지다.

18개월 즈음 사준 거라 지금은 망가져 움직이지도 않고 다리도 약간 휘었다. 그런데 하은인 어느 날부터 그 강아지를 안고 자고 어린이집에도 데려간다.


어느 날도 아침에 등원하러 나가는데 하은이가 말했다.

"강이지도 같이 갈 거야."

하은이는 강아지를 한 손에 꼭 쥐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그날 하원하러 어린이집에 갔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어머니. 오늘 하은이가 강아지 데려왔는데 친구들이 서로 갖겠다고 뺐고 안 뺏기려고 잡아당기다 울고 그랬어요."

"헉, 정말요?"

"네. 다음부턴 강아지 안 갖고 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네. 알겠습니다."


하은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아이들 생일에 맞춰 반이 나뉘어 있다. 1월~7월생, 8월~12월생 이렇게 두 개 반이 있다. 이때는 한 달 차이도 발달차가 커서 생일로 나눠 반편성을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인가 아이들 발달이 비슷하게 진행된다. 아마도 이쯤 아이들이 내 것에 대한 것이 생기는지 서로 내가 갖겠다고 다툰 모양이다.


가끔 아이 하원 후 친한 어린이집 엄마와 마트에 놀러 간다. 마트 푸드코트에 가면 하은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햄버거집에서 파는 감자튀김이다.

"엄마, 감자튀김 사줘" 또는 "엄마, 감자튀김 먹고 싶어." 그런다.

감자튀김을 사주면 또 좋아하는 게 감자튀김에 같이 제공되는 일회용 케첩을 짜는 것이다.

"엄마, 케첩 찢어줘"라고 하면 난 케첩이 나올 수 있게 찢어준다. 그러면 쟁반 위 종이에 열심히 케첩을 짠다. 그러다 케첩이 손에 묻으면

"케첩 묻었어. 닦아줘."그런다. 그러면 휴지로 닦아준다.

그런 후 감자를 케첩에 찍어 먹는다. 어떨 때 보면 감자튀김보다 케첩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같이 간 유인이도 자기 자리 앞에 케첩을 짠다. 얼마 전엔 하은이가 짠 케첩을 유인이가 찍어먹자 하은이가 소리쳤다.

"이거 내 거야." 하면서 짜증을 내면서 운다. 당황한 나는

"이거 유인이 엄마가 사준 거야. 네 거 아니야."라고 하면서 말려도 소용이 없다.

감자튀김을 먹으며 기분이 좋을 땐 유인이한테 감자튀김을 주기도 한다. 서로 주고받다가 '이건 내 거'라며 싸우기도 하고 난리도 아니다.


유인이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아기들 쓰는 언어나 행동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도 한다. 하은이는 9월생이고 유인이는 12월생이라 아직 유인이는 문장을 많이 구사하지 않는다. 유인이 엄마가 언어에 대해 걱정을 하면

"유인이가 하은이보다 3개월 늦게 태어났잖아. 아기들은 한 달 차이가 엄청나다고 하니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 하은이도 그 개월수에는 '안 먹을 거야' 그 정도 말만 했어."라고 말해준다.


요즘 하은인 아침에 옷을 입힐 때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 옷 무서워."라며 거부한다. 억지로 입히면 "무서워."라고 울면서 옷을 벗으려 몸부림쳐서 억지로 입힐 수도 없다. 그래서 아침마다

"하은이 입고 싶은 옷 골라봐."라고 한다. 그러면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거나 그렇지 않을 땐 내가 이것저것 옷을 보여주면 원하는 옷을 선택할 때도 있다. 이제는 기저귀도 안 입으려고 한다. 갈수록 자기주장이 강해진다. 억지로 옷을 입히거나 기저귀 입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결국 말로 아이를 설득하고 타협한다. 지혜로운 훈육을 위해 육아 공부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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