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조각
그림 by 김동건 디자이너
인스타그램: @gunkimm_art
제목: 심장조각
메구미를 마주본 ‘키요시 코노’의 심장은 오랜만에 만나는 강아지들처럼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그는 심장의 한 조각을 그녀에게 빼앗겼고, 그 조각을 다시 가까이 하니 잃어버린 물건을 찾은 것 처럼 신이 난다.
하지만 결국 그의 심장은 돌려받지 못하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인사를 한다.
아직도 기억속에 존재하는 그녀와의 시간들, 어두운 공간 아래 각양각색의 빛을 벽에 반사시키는 미러볼, 한켠에서 천천히 무드를 만들며 흘러나오는 노래, 그 아래 엑스트라 배우들 같이 조성된 방문객들. 그 사이에 키요시는 그녀에게 숨도 못쉬게 심장을 빼앗겨 버린다. 그녀의 눈빛은 어두운 바다 위 등대라도 되듯 여기저기를 훑고있으며 그 빛이 그의 눈에 도달하면 범죄를 일으키다 걸린 것 처럼 심장이 멈춘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느끼지 못했다, 그가 그녀를 얼마나 보고싶어 했는지, 그가 그녀를 얼마나 그리워 했는지. 이런 말을 하다간 그녀가 멀어질까봐 함부로 말도 못한다. 그는 심장을 돌려받고 싶지 않다. 그의 심장이 그녀에게 영원히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상실의 시대 처럼 그녀가 그에게로 부터 상실되어야 한다.
만남의 한번한번이 감정의 쓰나미처럼 그를 덮친다.
메구미와 키요시가 형성한 우주는 어떤 형태일까, 어둡고 달들이 떠있으며, 와인과 담배들이 날라다니는 공간이지 않을까. 그녀와 그가 공유하는 밴드가 연주를 하고 있고 그 곳에서 희미하게 세어나오는 석양빛 그리고 수없이 많은 감정의 원소들. 그녀는 모르겠지만 그는 정말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그녀의 모든 것들을 알면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그녀가 바람을 피던, 살인을 하던, 불구가 되던 그는 그녀를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심장이 그녀에게 있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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