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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킴 아카이브 Jul 04. 2023

건킴의 책 리뷰 <여행의 이유>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

안녕하세요, 영감을 나눠 먹는 공간 <치즈(Cheese)>의 진행자 건킴입니다.

instagram: @gunkimm_art



이번에 소개해 드릴 책은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입니다.


여행이란?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여행은, 크게는 해외에 유희를 즐기러 떠나는 것이기도 하고 또는 작게는 국내에서 멀리 떠나는 것을 여행이라고 한다. 각자 무언가를 얻으려고 가기도 하고 혹은 원래 위치한 곳에서 갖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 오기 위해 가기도 한다.


이 책은 이런 ‘여행’이라는 개념을 다양한 방면에서 이해하고 여행을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추구하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떠한 여행을 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책이다.



'김영하'작가가 말하는 여행


그는 인생이 하나의 큰 여행 같다고 말한다. 우리는 어디선가부터 지구에 와서 이 행성의 언어를 배우고, 기존에 있던 여행객들은 서툰 우리들을 반기며 재워주고 먹여준다. 어느 정도 지구라는 행성에 적응하면 우리는 또 새로운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그들을 먹여주고 재워주는 행위를 거친다. 이러한 여행의 끝은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모를 그 어딘가로 다시 되돌려놓는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


나는 어렸을 적부터 유학 생활을 했었기에 여행을 즐겨하며 여기저기 많이 가봤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왜 “여행”을 안 좋아하나 생각해 봤는데, 그 이유는 나에게 있어서 진정한 여행은 내 삶의 목표지점 즉, “꿈”으로 가는 길이 여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다른 나라에 가서 쾌락을 즐기는 것은 시간과 돈을 소비해야 할 뿐만 아니라 내가 가려는 “꿈”으로의 길에서 벗어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즉, 나는 여행을 이미 하고 있고 해외로 하는 여행은 여행으로부터 멀어지는 행위이기 때문에 여행처럼 안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해외에 가서 영감을 얻고 오는 경우도 많지만 항상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불확실성 앞에서 여행을 주저하게 되는 것 같다.


책에서 나온 또 다른 흥미로운 관점은 ‘여행이라는 것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있는 것이 여행’이라는 이야기였다. 영영 돌아오지 않고 떠나버리는 것은 여행이 아니라 ‘이주’인데, 그래서 그런가 내가 어릴 적부터 해외 생활을 했어도, 언제든 다시 돌아올 곳이 있다는 생각에 나는 항상 여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또한 그 돌아올 수 있는 곳은 물론 좌표라는 숫자로 표현 할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도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그 품이야 말로 내가 돌아가고 싶고 내가 돌아가야하는 지점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크고 작은 여행을 일상생활에서 접하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 또한 혹은 오늘의 하루가 여행처럼 느낄 수 있다. 여행자라는 생각을 갖고 하루를 임하고 지금을 느끼면 조금 더 특별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이상으로 책에 나온 흥미로운 구절들을 몇개 남겨본다.


인상깊은 구절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들만 봐도 그렇다. 책들은 내가 언젠가는 하지 않으면 안 될 일, 그러나 늘 미루고 있는 바로 그 일, 글쓰기를 떠올리게 한다. 내가 소파에 누워 있는 순간에도 다른 작가들이 부지런히 멋진 책들을 쓰고 있다고, 그러니 어서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라고 질책하는 것만 같다"


"호텔에선 언제나 삶이 리셋되는 기분이다. 처음 들어설 때도 그렇고 다음날 외출하고 돌아올 때도 그렇다. 호텔은 집요하게 기억을 지운다. 이전 투숙객의 기억은 물론이거니와 내가 전날 남겼던 생활의 흔적도 지워지거나 살짝 달라져 있다."


"영감을 좇아 여행을 떠난 적은 없지만, 길 위의 날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인류는 이상한 종족이다. 인터넷이 막 보급될 무렵 여러 미래학자들이 여행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 예견했으며, TV가 영화관을 대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여행의 수요는 그 어느 떄 보다 많고, 아직도 사람들은 굳이 옷을 차려입고 불특정 다수 속에서 영화를 본다."


"1995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5억 2천만 명이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났으나 2016년이 되면 12억 4천만명으로 두 배가 넘게 늘어났다. 인류는 여행을 포기할 생각이 없을 뿐 아니라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더 많이 이동하고자 한다는 것을 통계는 보여준다."


"로봇과 인간의 차이는 로봇은 여행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인간을 호모 비아토르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호모 비아토르는 지금 이 순간도 전 세계 곳곳에서 짐을 꾸리고 길을 떠나고 있다.”


"일본의 한 코미디언이 비싼 포르셰를 샀지만 막상 자기가 운전을 해보니 포르셰가 달리는 모습을 볼 수가 없더라, 그래서 친구에게 포르셰를 운전하라고 시킨 뒤 택시를 타고 따라갔다는 얘기가 떠오른다. 그가 택시 기사에게 저기 가는 저 포르셰가 자기 차라며 정말 멋지지 않느냐며 자랑을 하자, 택시 기사는 어이없어하며 그런데 왜 택시를 탔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바보 아니세요? 내가 차에 타면 포르셰가 안 보이잖아요?”

→ ㅋㅋㅋㅋㅋㅋ 반은 맞고 반은 틀린말이지만 웃긴 발상이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인생이 여행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어디에선가 오고, 여러 가지 일을 겪고, 결국은 떠난다. 우리는 극단적으로 취약한 상태로 지구라는 별에 도착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이라는 여행은 먼저 도착한 이들의 어마어마한 환대에 의해서만 겨우 시작될 수 있다. 신생아는 자기가 도착한 나라의 말을 모른다. 부모와 친척들이 참을성을 가지고 몇 년을 도와야 비로소 기초적인 언어를 익힐 수 있다. 부모는 아이가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가 될 때까지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준다. 충분히 성장하면 인간은 지구에 새로 도착한 여행자들을 환대함으로써 자신이 받은 것을 갚는다."


"인생이 뜻대로 풀리지 않던 시절이면 나는 무엇에든 쉽게 중독되어 자신을 잊기를 바랐다." (또 다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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