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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킴 아카이브 Jul 14. 2023

건킴의 영화 리뷰 <그 후>

홍상수 감독의 2017년 작품


안녕하세요, 영감을 나누는 공간 <치즈(Cheese)>의 아티스트 건킴입니다.


instagram @gunkimm_art


권해효라는 배우에게 홍상수 감독은 원래 ‘언제 언제 작품 들어갈 예정인데 그때 시간 돼?’라고 말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너 언제 시간 돼? 작품 하나같이 할래?’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 권해효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2017년에 개봉한 <그 후>이다.


특이했던 점은, 1993년을 마지막으로 연기한 권해효의 실제 부인 ‘조윤희’배우가 극 중 권해효의 부인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 속에서 권해효는 자신의 출판사 직원과 불륜을 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홍상수 감독 특유의” 찌질함과 비겁함이 앞장서서 영화를 풀어나간다.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대사 그리고 그 ‘말’들로부터 파생되는 생각들을 몇 자 적어보려 한다.


김민희: 왜 사세요?


권해효: 몰라, 그걸 어떻게 알겠어?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는 거나 또 우리가 태어난 것도, 

우리 뜻대로 됐던 게 아니잖아 처음부터, 그렇지?


김민희: 왜 사시는지 모르세요, 그럼?


권해효: 뭐, 사랑? 뭐, 그런 말 하나 하면 돼?

그럼 뭐, 다 아는 거야?


김민희: 모르시는 거네요, 정말, 그럼


권해효: 뭐, 알 수가 있어야지 알지, 안 그래?

그냥 뭐, 말로 하나 뭐 지어내 가지고 열심히 믿는다고 그게…

그런 건 진짜랑 전혀 상관이 없는 거거든

응? 그냥 말로 말을 지어낸 것뿐이지

그런 건 진짜랑 상관이 없어요

진짜는 따로 움직이는 거라고


김민희: 믿지 않고 사는 게 좋으세요? 진짜 그렇게 사는 게 가능해요?

권해효: 그럼 아름(김민희)이는 믿는 게 뭐야?


김민희: 저는 제 자신이 주인이 아니라는 거

주인공이 아니라는 걸 믿어요

절대로 아니라는 거

그리고 두 번째는

언제든 죽어도 된다는 걸 믿어요

정말로 괜찮다는 걸 믿어요

세 번째는 모든 게 다 괜찮다는 걸 믿어요

모든 게 다 사실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걸 믿어요

영원히...


여기서 “과연 우리는 왜 살고 있을까?”라는 삶의 목적성에 대한 근본적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본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그 여느 동물 혹은 생물들과 같이 나는 ‘생존을 하기 위해’ 사는 것이며 죽음과 최대한 멀어지기 위해, 그리고 최대한 많은 쾌락을 느끼기 위해 살아가는 것 같다. 그 쾌락이란 행복이라는 단어의 원초적인 개념일 수 있을 것이며 행복 보다 더 많은 것들을 담당하여 대변해 줄 수 있다. 쾌락은 수면과 식욕 성취욕 성욕 물욕 등등 다양한 원초적인 욕구를 채워주는 것에서부터 오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행복이라는 단어가 담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기에 쾌락이라고 말한다. 


그 쾌락(행복 충족감 등등 포함)에 대한 욕구의 차이로 사람들은 더 열심히 살기도 하고 나태함이라는 욕구가 충돌하여 혹은 겁(fear)이라는 어둠이 눈을 가려 도전을 못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간은 생존을 하기 위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으며, 생존이라는 자아의 임무가 어느 정도 성취되었을 때 더 큰 쾌락을 위해 노력한다.

쾌락을 말할 때 우리는 명심해야 될 것들이 있다. 그건 바로 깊은 쾌락을 좇아야 된다는 것이다. 쉽게 손에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쉽게 잊히기 마련이고, 그러한 것들이 유튜브나 소셜미디어라고 생각한다. 고심해서 만들어진 작품, 그게 그림이건 책이건 혹은 영화이건 항상 깊이 있는 쾌락을 좇는 것 이야말로 그 쾌락들을 축적시켜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깊이 있는 쾌락은 당연히 얕은 쾌락보다 면적이 넓기 때문에 그리고 밀도가 높을 것이기 때문에 무게가 더 나갈 것이다. 무게도 많이 나가고 밀도도 높으며 깊이 있는 것들이 '나'라는 자아의 항아리 안에 가득하다면 그들은 쉽게 날아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릴스, 쇼츠 등등 자극성을 미끼 삼아 우리의 시간을 낚시하는 개념들은 깃털보다 가벼워 나의 항아리에서 언제든 빠져나갈 궁리만 할 것이다.


이러한 생각까지 도달할 수 있게 하는 영화들이 몇 없다는 것은 나의 경험으로 이미 충분히 느끼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이런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이 좋은 것 같다. 인간의 내면 깊숙이 들여다보게 하며, 자신의 허무주의와 염세주의적인 개념을 비추어 거울 효과로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다양한 장치들이 있다.


깊이 있는 쾌락을 추구하는 독자라면 이 영화 혹은 그 어느 홍상수 영화를 봐도 좋으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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