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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도락 of 맹맹 Jul 14. 2020

고된 목요일의 끝자락을 종로에서 [종로곱육개장]

곱창 ? 육개장 ? 조화일까 각개전투일까 @종로곱육개장


낮 최고온도 32도, 체감온도 35도까지 육박하던 7월 초 무더운 날, 냉면과 막국수만 땡길것 같은 날씨였음에도 오랜 버킷리스트였던 종로3가의 <종로곱육개장>을 다녀왔다. 사실 비주얼에 이끌려 간게 크다. 가득 쌓아둔 서태? 또는 우둔? 살과 그 주변을 성곽처럼 감싸고 있는 탱탱한 곱창들. 그리고 여기저기 포인트룰 준 청/홍고추들은 맛을 떠나 소주한잔에 걸맞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음식이라고 생각이 들었기에 이토록 더운 날, 땀 범벅인체로 가지 않았을까. 길었던 서론을 뒤로하고 맛을 표현해보자면, 기대했던 찐득함과는 다르게 맑고 깔끔한 맛이었다. 육개장과 곱창전골을 합친 맛을 어느정도 기대하고 갔던 터라, 살짝 빈듯한 맛이 입에 감돌았다. 말그대로 곱 육개장이었기에 육개장 맛을 기본으로 하되, 곱창이 들어간 맛일 뿐이었다고나 할까나 .. 어감에서 느껴지듯이 다분히 아쉬웠던 맛이었다. 또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곱창이 생각보다 실하지 않았다. 1차로 가서 더 아쉬움이 진했던 것일까, 2차로 갔으면 좀 더 즐겼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곱창전골 + 육개장이 아닌 곱창을 토핑으로 주는 육개장

특이했던 점은, 식당에서는 이 곱육개장을 김과 함께 먹기를 유도한다. 앞접시에 적당한 양의 건더기를 덜어서 먹다가 김으로 그 건더기를 싸먹으면 꽤나 매력적인 맛이 났다. 반면 좀 더 2차스러워 지는 맛이 느껴져서 다음에 오게 된다면 꼭 2차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며 이 식당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되었던 것 같다. 다만 조심할 점이 있다면 나같은 맵찔이들은 김을 싸먹으면 안에 보이지 않는 매운 고추가 들어가게 되는걸 캐치하지 못하여 봉변을 당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길 .. 두번 그렇게 안먹던 고추를 먹게되었는데 알싸함이 7월초의 무더위를 한층 더 여름같게 해주었더랬지.

    

사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이 메뉴, 감자전이었다. 으깬 감자 / 채썬 감자 두 가지 모두 식상하다고 말해주는것 같은 호프집 감튀로 만든것 같은 감자전. 사실 비주얼이 재밌으면서도 드는 생각은 감자튀김용 레토르트 제품을 사서 만들었나 .. 였다. 하지만 한입먹고나니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이더냐. 라면을 제일 좋아하는 나면서 이제와서 무슨 .. 폭신폭신한 감자들 사이의 바삭바삭한 감자가루들로 이루어진 이 전 하나만 먹으러왔다고 해도 전혀 아쉽지 않은 메뉴 되겠다. 이 곳에 방문한다면 꼭 시켜봤어야 하는 메뉴라고 강력 추천한다.



레토르트라고 얕보지 마세요 존재감 최고 감자전


맛있는 것을 먹으러가는 행위는 누구에게는 취미이자 누구에는 공부이고 누구에게는 사소한 일상일 뿐이다. 감동스러운 경험도 있고 아쉬운 경험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이 다 경험이기에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난히 길었던 1주일의 80%가 끝나는 목요일, 기분좋게 간 종로3가는 정겨웠고 다음날은 금요일이라는 쾌감이 맥주 한모금을 더 부추기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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