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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도락 of 맹맹 Jul 14. 2020

요수정 x 빛다리 콜라보 in 광교 앨리웨이

요수정 신창현 셰프의 화려한 변신


며칠 전 들른 서강대 앞 요수정이라는 곳은 어마어마한 임팩트를 남겼다. 올해 들른 식당 중 손가락에 꼽을 만큼 내게는 큰 감동이었다. 방문했을 때 , 2주 뒤에 광교의 빛다리 라는 곳에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다고 해서 그 임팩트를 이어가기 위해 바로 예약했다. 요수정의 음식은 오마카세도, 셰프 테이스팅 코스도 아닌 '믿고 맡김'이다. 그 컨셉을 고스란히 빛다리에 투영하기를 빛다리 / 금남방의 사장님께서 요청하신 것 같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성공적인 콜라보였다. 요리와 음식에 관심이 많아, 이 곳과 저곳의 콜라보레이션에 관심이 많은데, 그중 아주 조화로운 콜라보였다고 생각한다. 



아에 룸을 빌려 가족모임을 진행했다. 자개 농에 유리로 커버하여 만든 큰 테이블부터가 인상적이었다.



첫 메뉴는 전식이었다. '호프집에 나오는 강냉이'의 의미로 주는 것 같은데 플레이팅 만으로도 이렇게 고급스러움을 연출할 수 있는 것이 요식업의 능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전식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코스는 8코스인데, 요수정에서도 그랬듯이, 중간에 간단한 서비스 메뉴가 한 가지 나온다. 전식 / 서비스를 포함하면 총 10가지 코스인데 가격이 1인당 37,000원이었다. 여기서부터가 감동이 몰려오는 순간이었다. 이번 글은 코스이다 보니 사진과 그에 붙은 설명을 한 후, 전체적인 느낀 점과 인상 깊었던 점만 집어서 풀어보려 한다.


10가지 음식에 37,000원

갖가지 나물들과 저작거리들 / 고구마 밑의 아이올리가 인상 깊었다.


'믿고 맡김' 코스이기에 메뉴판은 따로없다. 오로지 주류일뿐. 페어링도 와인/전통주로 준비되었지만, 가성비 극대화를 위한 우리 외가댁의 최애 막걸리 복순도가를 마구마구 주문하였다.


왼쪽은 줄기콩 볶음, 오른쪽은 참돔된장채소무침
깻잎닭발편육과 삼치튀김고수소스  이날 카메라 렌즈에 신경을 많이 못써줬나보다 ..

참돔 된장 채소무침은 대흥의 요수정 본점에서도 먹었던 정겨운 메뉴였는데, 그 당시에 느꼈던 감흥이 다시 생각나 상당히 반가운 메뉴였다. 된장을 크림과 함께 간간하게 소스화를 완벽한 밸런스로 이끌어 내는 것이 참 인상적이다. 참돔 또한 수준급으로 숙성이 되어있어서, 메뉴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삼치 튀김 고수 소스 또한 임팩트가 어마어마했다. 이게 요수정이지, 이게 신창현 셰프님이지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시그니쳐스러운 메뉴라고 생각한다. 크런키함이 정상의 도에 올라온 삼치 튀김에 항상 느끼는 반칙 같은 향과 맛과 점도의 소스. 완성도란 참 여러 가지 박자가 맞아야 나오는 것인데, 그걸 참 쉽게 하시는 것 같다.

소스의 귀재, 여러 박자에서 높은 완성도



빛다리 물회 / 생면 페투치네


요수정에서도 파스타와 리소토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면의 반죽에서부터 품격이 다른 게 느껴졌고, 그에 따른 식감과 풍미가 웬만한 파스타 전문점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이 날 먹은 생면 페투치네 소고기 볼로네제 또한 존재감이 돋보였다. 좋은 면요리를 먹을 때 느끼는 것은, 육수나 소스를 배제하고 면만 먹더라도 내공이 느껴지는데, 여기서도 그 경험을 했다. 특히나 그라인드 하지 않고 슬라이스 한 치즈가 씹히는 맛이 좋았다.


면만 씹어도 차별화됨을 느낄 수 있는 파스타


콩국+수박 / 요수정 티라미슈


코스에는 없는 입가심으로 나온 콩국+수박 은 와이프가 평가하길 이 날 최고의 디쉬였다. 농도와 간이 둘 다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콩국을 처음 접해봐서, 당장 면을 삶아 이 걸쭉한 국물에 집어넣고 싶었다. 숟가락이 아닌 들이킬 때 끝 맛이 수박으로 떨어지는 치밀한 계산조차도 디테일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요리였다.


티라미슈 세상 찐하다. 요수정 예약하면서 티라미슈 여부를 꼭 물어보고 가고 싶을 정도로, 가보지도 않은 이탈리아에 와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맛이 매우 좋았다.


이런 콩국이라면 텀블러가 필요하다.



여러 식당을 다니다 보면, 음식을 대하는 자세부터가 다르신 분들이 계시다. 이 곳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단순히 요식업을 통한 수익창출을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 고객들과 교감하고 맛을 알려주려고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오마카세 / 셰프 테이스팅 코스가 아닌 우리말 "믿고 맡김" 콘셉트를 한 이유를 음식들을 통해 잘 보여줬다고 생각이 들었다. 참 행복한 식사였다. 빛다리는 광교 앨리웨이에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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